3월 초는 부부교사인 우리 부부에게 많은 이벤트가 있는 달입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학년별 협의회인데 일 년 농사를 잘해보자는 취지에서 어지간하면 꼭 참석하는 행사입니다. 오늘은 와이프네 학년 회식이 있어 저녁시간에 오래간만에 우리 아들, 딸과 2대 1 데이트를 했습니다. 얼마 전부터 아들이 꼭 동네 키즈카페를 가고 싶다고 해서 하원 후에 다녀왔습니다.
그동안 적어도 5~6번은 방문했던 곳이라 아가들은 입구에서부터 신발도 척척 벗고 옷걸이와 신발장 위치까지 훤하게 꿰고 있습니다. 오늘은 게다가 손님들의 연령층이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아이들 위주라 우리 아가들은 졸지에 대선배(?)가 된 꼴이 되었죠. 동생들 다치지 않게 각자 놀고 싶은 곳으로 향할 줄 알았습니다만 이게 웬걸. 둘이 알아서 가게 놀이, 부엌 놀이, 식당 놀이를 곧잘 합니다. 저는 아가들이 시야에 들어오는 곳에서 어슬렁거릴 뿐 특별히 할 것이 없었습니다. 기특하면서도 희한한 감정이 동시에 들더군요.
둘이서 재미있게 병원놀이까지 끝마친 후에 무언가에 홀린 듯이 공주 놀이방으로 들어갑니다. 아들은 최근에 티니핑 캐릭터 중 '하츄핑'에 꽂혀 있는 탓인지 핑크색 장신구와 드레스를 입고 싶답니다. 못 입힐 것도 없었기에 입히고 나니 아들임에도 불구하고 제법 공주 티가 나더군요. 이에 질세라 딸도 자신도 드레스를 입혀달라고 해서 비슷한 종류의 드레스를 입혀주었습니다. 조금 거울 앞을 서성이더니 금세 싫증이 났는지 얼른 벗겨달라고 아우성을 칩니다. 그러더니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볼풀장을 걷지도, 뛰지도 않고 두발 모아 있는 힘껏 점프해서 들어갑니다. 기가 찰 노릇이죠.
이렇게 우리 아들, 딸은 각자의 취향과 선호의 극명한 대비를 보여주며 신나게 놀았습니다. 마감 시간 5분 전까지 할 수 있는 모든 놀잇감을 다 갖고 놀았음에도 발걸음이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 모양입니다. 조만간 엄마랑 넷이서 또 놀러 오자는 약속을 굳게 하고 간신히 어르고 달래서 키즈카페를 빠져나왔습니다. 그리고 저녁도 먹는 둥 마는 둥 하는 아이들은 둘 다 9시가 채 안 되어 꿈나라에 빠졌습니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내가 오늘 정말 편하게 육아했네
꽤 이른 시간에 아이들이 잠든 덕분에 간단하게 집안일도 마무리하고 수요일마다 꼭 챙겨 보는 예능 프로그램도 맘 편하게 시청했습니다. 회식을 마치고 돌아온 와이프와도 담소를 나누고 잠자리에 들 정도로 오늘 하루가 참으로 무난하고 평온하게 지나갔습니다. 그만큼 아가들이 많이 컸기 때문이겠지요. 앞으로 육아가 좀 더 수월하게 이루어지기를 기대하게 되는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