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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윤표 Mar 16. 2024

(2주 차) 연재를 중단합니다

유치원도 좋지만 2년간의 어린이집 생활을 무시할 순 없나 봅니다.

유치원 등원 2주 차 월요일, 지우는 오전 6시 30분부터 2시간가량을 쉬지 않고 울었습니다. 유치원을 가기가 너무나도 싫은 모양입니다. 적응 기간이려니 하면서 우는 아이를 어르고 달래며 간신히 씻기고 옷을 입혀 유치원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소스라치게 울던 지우가 그만 바닥에 실례를 하고 말았습니다. 이때 저는 1차적으로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습니다. 그러면서 급한 와중에 실례를 한 지우에게 저도 모르게 싫은 소리를 하게 되더군요. 그렇게 인내심의 한계를 경험하는 동안 차에서도 계속 징징거리는 목소리로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말합니다. 아무래도 저도 사람인지라 2시간 넘게 푸닥거리를 하다 보니 아들에게 자꾸 엄한 소리를 하게 되었습니다.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 유치원 옆 학교 주차장에서 차를 주차하고 지우를 보니 울다 지쳐 곤히 잠들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또 한 번의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마음의 소리를 듣게 됩니다.

'아, 이건 아니다.'

주차장에서 아들을 깨우자마자 아들은 또 한 번 소스라치게 놀라며 울기 시작합니다. 걷지도 않으려는 아들을 품에 안고 유치원으로 거의 욱여넣듯 등원을 시키고 나니 마음이 하루종일 불편합니다. 괜히 멀쩡하게 잘 지내는 아들 고생시키는 건 아닌가라는 마음과 그래도 조금씩 적응 중일테니 기다려볼까 하는 마음이 마구마구 교차합니다. 그렇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니 업무도 수업도 어느 하나 제대로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수업 시간에도, 업무를 수행하는 도중에도 계속 울다 지쳐서 잠든 아들의 얼굴이 밟혔기 때문입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결단을 내렸습니다. 다시 어린이집으로 돌아가기로.

그렇게 6일간의 유치원 생활을 마무리하고 와이프와 상의한 후에 어린이집으로 지우를 다시 보냈습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지우의 사진이 키즈노트를 통해 우리에게 전달되었고 그것을 본 우리 부부는 우리의 결단이 옳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요 며칠 동안 통 볼 수 없었던 지우의 환한 모습을 보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스타일 중 하나를 고르라면 지우에겐 아직 어린이집이 더 맞았던 모양입니다.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힌 꼴이었으니 얼마나 몸과 마음이 불편했을지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교차하는 순간이었죠. 아직 100일이 채 지나지 않은 올해지만 추후에 올해 가장 잘한 일을 꼽으라고 하면 저는 주저하지 않고 어린이집 복귀를 선정할 생각입니다.

3월 한 달은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천금 같은 시간입니다. 저는 교사로서 학생들의 교과 지도와 생활 지도를 올바르게 하기 위해 애쓰는 데에 집중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작 제일 중요한 우리 아들의 가장 중요한 '골든 타임'에 대해서 무게추를 두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이라도 잘못 뀐 단추를 제대로 맞추어 남은 올 한 해도 우리 아들과 즐거운 추억을 만들 생각입니다. 아들과의 유치원 생활을 연재하겠다는 생각은 잠시 접어두겠습니다. 그러나 우리 아들, 딸에 대한 육아 일기를 꾸준히 쓸 생각에는 변함이 없기에 앞으로 더 적절한 주제를 가지고 연재를 기, 실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짧은 기간이나마 관심 갖고 저의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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