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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윤표 Mar 20. 2024

밥태기가 온 아이들

싫어 안 먹어

오늘도 저녁식사 시간은 여러 가지로 골치가 아픕니다. 밥태기가 와도 좀 세게 온 두 아이들 때문입니다. 실은 3월 새 학기 시작 전만 해도 밥을 2그릇이나 먹을 정도로 잘 먹는 아이들이었습니다. 3월 적응기간이 꽤나 힘들었기 때문이었을까요. 도통 뭘 차려놔 줘도 음식에 눈을 불을 켜며 달려들던 모습을 볼 재간이 없습니다. 하루이틀일이면 그러려니 할 텐데 말입니다.

그나마 한 가지 위안거리는 두 아이 모두 어린이집에서 오전 간식과 점심 식사, 오후간식을 꼬박꼬박 잘 먹는다는 소식이죠. 맞벌이 부부인 데다 부부교사라 3월 한 달이 무척 바쁘다는 궁색한 변명을 하게 되는 미안한 상황에서 어린이집의 이러한 복지는 참으로 감사한 일입니다. 집에선 도통 먹지 않는 나물 반찬도 잘 먹고 누구보다 뒷정리도 열심히 한다는 아이들.


"그런데 집에선 왜 그러는 거야. 어린이집에서 예쁜 짓 하느라
너무 힘들었던 거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위해서 저녁상은 꼬박꼬박 차립니다. 맘 같아선 배달음식에 반찬배달까지 깡그리 해버리고 싶지만 저희 부부는 그렇지 못합니다. 특히 반찬 가게는 사 먹고도 만족했던 적이 그리 많지 않고 간단한 밑반찬 정도는 한두 번 먹을 정도만 그때그때 만들어먹는 게 훨씬 낫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메추리알 장조림과 떡갈비를 준비해서 반찬으로 먹입니다. 첫째의 최애 반찬 깍두기도 곁들여서 말이죠.

밥상머리 교육이 시대가 바뀌며 예전만 못하다 하지만 여전히 그 중요성은 강조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아이들에게 엄격하거나 단호하진 않지만 어르고 달래서 가족끼리 식사시간을 준수하는 것을 늘 목표로 삼아 행하는 편이죠. 하아. 그런데 오늘은 정말 밥 먹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비장의 무기 '김'을 꺼내 밥을 돌돌 말아 하나씩 물렸더니 조금이라도 먹긴 하네요.

어찌 되었건 오늘도 저녁식사를 온 가족이 함께 했습니다. 해냈다는 표현은 너무 자화자찬이고 해냈다는 표현이 좀 더 정확하달까요. 이러고 나니 또 모든 주부들의 고민거리가 머릿속에서 포슬포슬 떠오르기 시작하네요.

 

"내일 또 뭐 해 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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