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교직에 있는지라 매년 3월은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하는 시기인 만큼 긴장의 끈을 늦출 새가 없습니다. 학생들과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는 동시에 맡은 업무를 순차적으로 처리해 내야 하는 중요한 시기죠.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더욱더 특별한 3월이 될 것 같습니다. 바로 첫째의 유치원 등하원까지 함께 하게 되었거든요.
"엥? 선생님은 초등학교 교사고 첫째 아들은 유치원에 다니는데 왜 같이 가요?"
"왜냐하면 제가 근무하는 학교 바로 옆 건물 유치원에 저희 아들이 입학하거든요."
얼마 전까지 별 생각이 없었다가 E알리미로 유치원 가정통신문을 접하게 되니 비로소 학부모인 게 다시 한번 실감이 나더군요. 늘 E알리미로 통신문을 내보내기만 했지 학부모의 입장에서 받을 일은 없었거든요. 입학 오리엔테이션 정보와 준비물을 꼼꼼하게 정독한 뒤 필요한 준비물도 온,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여 야무지게 구입했답니다. 어린이집과는 다르게 실내화가 필요하고 개인 물통 사이즈가 업그레이드된 점이 인상적이더군요. 아무튼 우리 아들이 재미있게 유치원 생활을 할 수 있는 물질적 지원은 기본적으로 세팅했습니다. 그다음은 이제 마음가짐과 생활습관이죠.
실은 아들이 배변 활동과 뒷마무리가 한결같지 않은 점이 걱정이긴 합니다. 대소변을 감지하는 능력은 출중하나 확실한 마무리(?)와 실천 의지(?)가 그때그때 다르기 때문입니다. 피아제가 언급한 남근기 중 '항문적 성애기'에 해당하는 특징을 많이 엿볼 수 있는 부분이랄까요. 30년 전 아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딱히 크게 나무라지도 방관하지도 않지만 억지로 배변 욕구를 참는 아들의 모습을 볼 땐 여러모로 안타까운 점이 많습니다. 유치원에 가서 이런 부분이 자연스레 해소되기를 담담하게 응원해야겠습니다.
첫째는 최근 한글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간판 읽기부터 시작해서 옥외 광고, 뉴스 자막, 메뉴판 등 여러 곳에 등장하는 글씨를 나름의 방식으로 읽어냅니다. 배움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하다 보니 잠들기 직전까지 질문과 대답을 의식의 흐름대로 뱉어냅니다. 좋은 현상이죠. 유치원에서 아들은 정규과정뿐만 아니라 방과 후연계프로그램도 배울 예정입니다. 또 얼마나 오늘 무엇을 배웠는지 재잘거릴지 벌써부터 기대되네요.
실은 아들의 최우선순위는 바로 '엄마'입니다. 연년생 터울을 길러내다 보니 체력적인 부담이 더 큰 둘째 딸을 제가 도맡다 보니 자연스레 아들은 엄마와 래포 형성이 더 두텁습니다. 이러한 이유라기보다는 아들은 본능적으로 엄마를 더 의지하고 사랑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하여 2월 내내 아들과 1대 1 데이트를 많이 시도했습니다. 단둘이 고깃집도 가고 운동장에서 공놀이도 하면서 말이죠. 그 덕분인지 아들도 아빠와의 시간을 즐기고 좋아해 주었습니다.
오늘은 입학식 준비를 위해 아들과 함께 미용실에 다녀왔습니다. 교사, 학생, 학부모 등 여러 가지 타이틀을 차치하고 그저 각자의 새 학기 첫날을 의미 있게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한 셈이죠.
"아들, 아빠가 언제든지 아들 옆에 가까이 있으니까 유치원 생활 재미있게 할 수 있지?"
"응!!'
그렇게 우리 부자는 다음 주부터 함께 유치원에 갑니다. 몸과 마음의 준비는 어느 정도 마친 것 같네요. 잘 다녀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