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아침, 아이들과 처제, 처남과 함께 아침 식사를 하러 나왔다. 아침부터 날씨가 너무 덥고 습해서 숙소 근처 로컬 식당에서 간단하게 '차찬텡'을 즐기기로 했다. 차찬텡이란 홍콩 특유의 식사 조합으로 중식과 양식이 적절하게 혼합된 형태를 말한다. 그중 닭고기 수프인 '콘지'와 '토마토 마카로니'가 유명하다 하여 우선적으로 시키고 아이들을 위해 토스트와 스크램블드 에그 등 이것저것을 시켰다. 결과적으로 성공적이었다. 김밥천국에서 친구들과 이것저것 시켜 먹는 추억, 이색적인 외국 현지 음식 즐기기, 가성비 좋게 속이 편안한 아침식사하기 등을 모두 충족시켰다고나 할까.
그렇게 아침을 먹고 처가댁 식구들은 일이 있어 먼저 귀국하는 처남을 배웅하러 공항에 간다고 했다. 그 사이 우리 가족은 택시를 타고 먼저 아이들과 함께 디즈니랜드를 방문하기로 했다. 숙소에서 택시를 잡고 란터우섬으로 들어가 한참 달리니 익숙한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바로 검은색 미키 마우스. 기대감과 설렘에 부푼 관광객들과 함께 홀린 듯 입구 앞에 서니 그제야 디즈니랜드에 온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아이들이 잠시 낮잠을 자고 있는 틈을 타 잠시 추억여행을 다녀오는 시간을 가졌다.
'일요일 아침 8시 디즈니 만화동산 애청자로서 이 순간을 온전히 즐겨야겠어'
그렇게 디즈니랜드를 쓱 둘러보니 규모가 우리 아이들과 함께 다니기에 딱 좋은 느낌이었다. 국내로 치면 춘천 레고랜드보다 살짝 크고 에버랜드보다는 다소 작은 듯했다. 한나절을 부지런히 투자하면 원하는 어트랙션을 적당히 다 타보고 올 수 있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에 아이들이 낮잠을 자고 일어났다. 깨고 나니 별천지 세상에 도착함을 직감한 아이들은 푹푹 찌는 더위임에도 짜증 한 번 내지 않고 디즈니랜드를 만끽할 준비태세를 갖추었다.
토이 스토리에 나오는 강아지 '슬링키'가 태워주는 기차도 타고, 아기 코끼리 '덤보'가 선사한 비행기도 타면서 놀이동산의 평화로운 분위기를 만끽했다. 디즈니의 근본 중 하나인 '곰돌이 푸'의 대모험도 즐기고 '인사이드 아웃' 친구들의 워터밤 퍼레이드도 시원하게 구경했다. (다소 혼종의 느낌이 나긴 했지만 소속이 분명하게 '디즈니'이니 누가 뭐라 할 수 있겠는가'. ) 덥고 습한 한여름의 날씨를 슬러시와 아이스크림으로 달래 보기도 하고 에어컨이 펑펑 나오는 기념품샵과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며 놀다 보니 어느덧 시간은 5시가 넘어 있었다.
장안의 화제인 야간 퍼레이드 및 레이저 쇼를 꼭 보고 가야 한다 했지만 아이들의 상태로 봤을 때 다소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다음번 홍콩 방문의 목적으로 남겨두도록 하고 우리 가족은 먼저 호텔로 돌아오기로 했다. 올 때는 택시를 타고 왔는 데 갈 때 또 타기 다소 아쉬워 대증교통을 이용해 보기로 했다. 때마침 '옥토퍼스 카드'에 잔액이 많이 남아 있기에 지하철을 타고 시내로 넘어가기로 했다. 디즈니랜드 역답게 열차 이곳저곳에 이스터 에그로 미키 마우스 문양을 볼 수 있어 아이들이 좋아했다.
그렇게 몇 번의 환승을 거쳐 도착한 곳은 '완차이'였다. 완차이는 홍콩 북쪽섬에 자리 잡은 최대 상업지구의 하나로 야경이 무엇보다 아름다운 도시 라 한다. 때마침 커피 수혈이 필요한 상태라 대형 쇼핑몰 카페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숙소로 이동하기로 했다. 이동하는 사이에 와이프가 사진을 찍어 줬는데 보기만 해도 날씨가 얼마나 더웠는지를 짐작케 하리라.
우리의 숙소는 상업지구 한복판에 자리 잡은 '노보텔 호텔'이었다. 처제가 어린아이들 데리고 해외여행 오는 데 이모로서 해준 게 많이 없다며 4성급 호텔을 예약해 준 것이 아닌가. 나중에 이 은혜는 꼭 보은 하리라는 감사의 말을 전하고 아이들과 함께 시원하게 수영도 하고 근사한 레스토랑도 방문하면서 홍콩의 마지막 밤을 즐겼다. 5살, 3살 아이와의 해외여행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2박 3일이 체력적으로나, 추억적으로나 제일이라는 생각을 해 보게 된 하루였다.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고 앞으로 아이들이 해외여행만 찾는 건 아닌가 모르겠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