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이 좋은 헬스장에 가면 '천국의 계단'이라는 운동기구가 있다. 일반 트레드밀처럼 평지를 걷고 뛰는 효과를 뛰어넘어 지속적으로 계단을 오르내리는 방식이다. 이 기구를 10분 정도하고 나면 허벅지부터 종아리까지 자극이 전해져 하체운동으로 효과가 좋다. 이 운동을 마치고 스트레칭을 게을리하면 다음날 아침, 비틀비틀거리며 걷게 되는 후유증을 불러일으키는 신비한(?) 운동기구이다.
그런데 이제 막 걷기 시작하는 아이들의 계단 오르내리는 활동은 이에 맞먹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31개월인 첫째도, 16개월인 둘째도 걷기 시작할 무렵 즈음에 정말 하루에도 최소 수십 번씩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을 반복했다. 아파트 계단, 상가건물 계단, 지하철역 계단, 심지어 3,4개 밖에 없는 보도블록 옆 정체 모를 계단도 오르락내리락한다.
문제는 그 옆에서 아이를 케어하는 부모로서 정말이지 눈알이 빠질 것 같다. 조금만 신경을 다른 곳에 쏟았다간 곤두박질치며 넘어지지 않을까 하며 노심초사한다. 오르락은 그나마 좀 안정적인데, 내리막을 손도 잡지 않고 직립으로 내려오려 할 때는 온 신경이 곤두선 채로 계단을 내려올 수 있게 도와준다. 한 30번 정도하고 나면 나도 PT 한 30분 받은 것처럼 땀이 주룩주룩 나고 다리 근육이 땅긴다.
그럼 다음날 알이 배기거나 근육이 땅겨서 계단 오르내리기를 거를 법도 한데 아가들은 그런 과정이 불필요한 모양이다. 나야 이제 신체 리듬상 퇴행만 남았을 뿐, 성장이랄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나이지만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아기들의 체력은 상상 그 이상이다. 오늘도 퇴근 후, 육아 출근이 기다리고 있다. 천국의 계단을 뛰어넘는 '천국의 킥보드'가 번들 상품으로 준비되어 있다. 오늘도 내 두 다리를 믿는다. 여보 오늘도 열심히 뛰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