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리 첫째의 발달사에 대해 간단하게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첫째 아들은 무던한 스타일은 아니어서 절대로 안 되는 부분이 몇 가지 있었다. 비슷한 또래 아이들의 에피소드와 비교했을 때 공통적인 부분도 있었고 유난히 우리 첫째가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이 있었다. 나의 지론 상 안되는 걸 채근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깊이 애달파하며 걱정하는 타입도 아니기 때문에 결국 시간이 해결해 주리라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론 '만약 고쳐지지 않으면 첫째는 스스로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지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지낸 건 사실이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서서히 걱정의 장막이 걷히는 순간들이 등장해 나 스스로에게 이렇게 자문했다.
'이게 되네...?'
우리 첫째는 세차를 그렇게도 싫어한다. 자동식 세차기로 세차를 한 적이 딱 한번 있었는데 그 짧은 몇 분 동안 굉장히 무섭고 두려웠는지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괴로워했다. 하물며 그렇게 좋아하고 사랑하는 아기상어 에피소드 중에서도 세차하는 이야기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우리 부부는 '자동식 세차기 말고 셀프세차를 한번 경험하게 해 볼까?'라는 의견에 합의했고 실행에 옮겼다. 차를 타고 인근 세차장으로 이동했다. 당연하다는 듯이 첫째는 경계했고 엄마 품에서 꼭 붙어 아빠가 세차하는 모습을 구경했다. 그래서 세차 말고 물기 제거하는 미션을 한번 스스로 해보도록 권유했고 "아빠 차가 지우 덕분에 깨끗해질 수 있어~!"라며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잠시 생각에 잠긴 첫째가 용기를 내서 아빠 차 세차를 도와주었고 굉장히 뿌듯하고 즐거워했다. 그리고 한마디. "오, 다음에 아빠 차 또 세차하러 가자!" 우리 식구는 이 한 마디에 모두 흐뭇해했다.
또 절대 혼자서는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 바로 이발이다. 2021년도 첫째 돌잔치를 앞두고 미용실을 다 같이 간 적이 있다. 그때 당시 둘째는 임신 중이었고 첫째는 아빠를 절대적으로 신뢰했던 시기였기에 내가 꼭 안고 첫째 머리를 자른 적이 있다. 머리 자르는 순간이 무섭고 괴로웠는지 전완근에 힘이 바짝 들어간 상태로
버둥거리는 첫째를 꽉 잡고 이발시켰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발 후 20분 넘게 꺼이꺼이 우는 첫째를 열심히 어르고 달래며 진정시키며 생각했다. '첫째는 한 5살까지는 혼자 이발은 힘들겠구나'라고 말이다. 그렇게 근 2년이 흐른 어느 날, 아내에게 카톡으로 사진 한 장이 날아왔다. 그걸 본 순간 난 혼잣말로 이렇게 말했다.
'이게 되네...?'
너무나 다소곳하게 마치 늘 있었던 일인 것처럼 자리에 바르게 앉아 이발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시간은 지나고 아이는 자란다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잘 자라고 있다는 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와이프는 이제 단둘이 가서 각자 스타일리스트를 예약한 다음 머리를 잘라도 될 거 같다고, 엄마아빠가 잠깐 눈에 안 보여도 괜찮을 것 같다고 얘기했다. 이렇게 내가 모르는 사이에 사회화가 잘 되어가고 있었군. 미용실 선생님이 늠름하다고 말하는 칭찬에 으쓱해했다는 말을 듣고 나름 우리 첫째가 대견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럼 다음 미션은 '기저귀 떼고 팬티를 입는 것'과 '직접 화장실 가서 용변을 보는 것'이겠구나. 이것도 어느 순간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