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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청와대 어린이 사생대회를 다녀오다

정말 좋은 피크닉이었어

by 홍윤표

지난주 일요일, 아이들과 조금 특별한 휴일을 맞이했습니다. 제가 학교에서 근무하다 보니 4월 마지막 주부터 5월 초까지 다양한 행사 관련 공문을 접할 수 있었는데요. 그중 유독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청와대 교육주간' 행사였습니다. 그렇게 찬찬히 공문을 읽어 보니 6살, 4살인 저희 아이들도 참여할 만한 대회가 딱 한 가지 눈에 띄더군요. 그것은 바로 '제1회 청와대 어린이 사생대회'였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선착순이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광속 클릭하여 저희 아이들이 모두 대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노력했고 마침내 그 노력의 결실을 맺었습니다.

대회 시작 시각은 오전 10시라서 오전 9시 30분에 안국역 인근에 차를 주차한 뒤 춘추관 자락길을 따라 걸어 올라갔습니다. 평소에 걷는 것을 크게 즐기지 않는 아이들도 뭔가 재미있는 활동을 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인지 어리광을 부리지 않고 즐겁게 걸었습니다. 그렇게 다다른 춘추문 앞에서 간단히 바코드를 찍고 대회 참가증을 보여준 후 입장하니 곧바로 접수처가 보였습니다. 접수처에서 간단한 인증을 받은 뒤 대회에 활용될 도화지와 받침대, 그리고 참가 번호를 받았지요.

본격적인 대회가 시작되는 장소는 대정원이었습니다. 실은 대정원 외에 3곳의 대회 장소가 별도로 마련이 되어있었지만 저는 별다른 생각 없이 '대정원이 제일 클 테니 피크닉 분위기 느끼기에 손색없겠지'라며 신청했죠. 그렇게 마주한 대정원은 이곳을 택하기 잘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평화로웠습니다. 삼삼오오 돗자리를 깔고 평소에는 밟을 수 없는 대정원 잔디를 마음껏 누리는 호사를 경험했습니다. 저희 아이들에게 주어진 대회 주제는 '청와대와 봄'이었습니다. 과연 저희 아이들은 사생대회 주제에 걸맞은 작품을 완성하였을까요?

정답은 '아니요'였습니다. 둘째 딸은 12색 색연필을 모두 깎는 데에 열중하고 있었고, 첫째 아들은 가지고 온 색종이로 '종이 공예'하는 데에 푹 빠졌습니다. 그렇게 20여분을 각자 하고 싶은 것들을 하다가 갑자기 별안간 영감을 받았는지 색연필을 쥐고 도화지에 무언가를 그려나가기 시작하더군요. 일필휘지라는 표현이 적절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거침없는 필치가 예술인들이 가진 장인 정신과도 비슷했습니다. 그렇게 그려낸 딸의 작품은 '엄마'였고 아들의 작품은 '4월 27일 6살 청와대 앞에서'였습니다.

그렇게 1시간가량을 대정원에서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며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다가 배가 고프다고 하여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좀 전에 갔었던 접수처에 작품을 반납하고 기념품까지 야무지게 받은 뒤에 삼청동 자락길을 지나 설렁탕을 한 그릇 뚝딱 해치웠네요. 대회 성적에 집착하지 않고 무언가 소소한 경험을 통해 아이들이 즐거워했다는 게 느껴져서 부모 입장에서 뿌듯한 하루였습니다.


사실 아이들 청와대 개방이 시작된 이래로 처음 맞이하는 행사였는데 다음 행사는 과연 열릴지 말지 확실치가 않아서 부리나케 참여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다음 대회가 열린다면 그때 또 참여할 생각입니다.


' 대회라는 것도 다 나가고 많이 컸네 우리 아가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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