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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반반 젤리

제1화 도대체 무슨 젤리이길래

by 홍윤표

“어떡하면 좋지? 이번에 레벨테스트 통과 못 하면 엄마가 핸드폰 압수한다고 했는데...”

하윤이가 뒤통수를 벅벅 긁으며 말한다.

“안 돼. 너 이번 주에 나랑 영상 찍기로 했잖아. 너 핸드폰이 신제품이라 잘 나온단 말이야.”

하윤이의 말을 들은 서진이가 하윤이의 두 어깨를 손으로 잡고 흔들며 애원하듯 말한다.

“민슬이한테 영어 시험공부 좀 같이 하자고 얘기해 볼까? 아!! 어떡하지 진짜? 으악!!”

하윤이가 고개를 위로 젖힌 채 크게 소리치자 서진이가 급하게 두 손으로 귀를 틀어막았다.

“아이. 시끄러워. 그렇게 소리 지른다고 문제가 해결 돼? 이따가 학교 끝나고 민슬이랑 만나서 얘기해 보자. 민슬이가 영어 잘하니까.”

서진이가 하윤이가 이야기하며 걷다 보니 학교에 금방 도착했다.

“이따가 끝나고 톡 해. 그리고 제발 톡 확인하고 답장 좀 빨리 하고.”

하윤이가 애원하는 눈빛으로 서진이에게 말했고 서진이는 두 손가락으로 OK 사인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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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 문제는 너무 어려운데? 나도 아직 여기까지는 못 배운 거라... 도움이 안돼서 미안.” 하윤이가 내민 연습 문제를 보고 민슬이는 자기도 어렵다며 미안하다고 말한다.

“아... 제발!! 나 이거 못 풀면 핸드폰 못 쓴다고...” 하윤이가 잔뜩 투정을 부리며 민슬이에게 말했고 서진이는 그런 하윤이가 딱하기만 했다.

“아. 김하. 우리 윤표샘한테 가서 도와달라고 해볼까? 윤표샘 우리 영어샘이잖아.”

서진이가 불현듯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그 얘기를 들은 하윤이는 골똘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윤표샘이 도와주실까? 우리가 만날 놀러 가서 간식만 달라고 했지. 이런 거 여쭤보면 싫어하시는 거 아닐까?” 하윤이가 걱정 섞인 말투로 이야기했다.

‘에이. 그래도 밑져야 본전이지. 가서 최대한 솔직하게 부탁드리자.’



“이거 세 번째 줄에 핵심 단어가 있네. 이걸 알면 David이 책 읽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윤표샘이 연습 문제를 갖고 찾아온 하윤이와 서진이에게 설명해 주었다.

“아. 그렇구나. 선생님 그런데 오늘도 간식 주시면 안 되나요?” 하윤이가 윤표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간식 이야기를 꺼냈다.

“간식은 무슨 간식이야. 여기가 슈퍼냐 편의점이냐.”

“아이 참. 그래도 이렇게 공부 열심히 하는 제자가 예쁘지 않으세요? 간식 주세요~. ”

“샘. 하윤이만 주지 말고 저도 주세요~.” 하윤이를 도와 서진이도 간식을 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하아. 내가 진짜 못 말린다. 못 말려.” 윤표샘이 마지못해 책상 서랍을 드르륵 열자 알록달록한 색깔의 과자와 초콜릿, 사탕 봉지가 산더미같이 쌓여 있다.

“대신 딱 한 개만 고르고 다른 친구들한테는 소문내지 마. 나 그럼 쫄쫄 굶는다.”

“알겠어요. 와! 신난다. 뭐부터 먹지?” 하윤이가 신이 나서 간식 더미를 손으로 이리저리 훑는다. 그 와중에 하윤이가 검은색 유리병에 담겨 있는 땅콩 모양의 젤리를 발견하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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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근데 저런 모양의 젤리도 있어요? 완전 생전 처음 보는데?”

“오. 완전 대박 신기하게 생겼다. 한쪽은 점박이 모양이고 다른 쪽은 회오리 모양이네.”

옆에서 간식을 뒤적거리던 서진이도 신기하다는 듯이 말한다.

“샘. 저희 저거 젤리 먹어보면 안 돼요?” 하윤이와 서진이가 동시에 입을 모아 말한다.

“No way. 절대 안 돼.” 윤표샘이 갑자기 정색을 하면서 간식 더미로 황급히 젤리가 들어있는 유리병을 덮으며 말한다.

“왜요? 저기 정말 신기해 보이...”

“안 된다면 안 되는 거지 무슨 잔소리가 그리도 많아. 저게 어떤 건지 알고 함부로 먹겠다는...” 윤표샘이 눈을 치켜뜨며 하윤이와 서진이에게 차갑게 쏘아붙이다 이내 아차 싶었는지 말을 잇지 못한다.

“알겠어요. 죄송해요.” 하윤이와 서진이는 늘 싱글벙글하던 윤표샘이 처음으로 정색하는 모습을 보고 당황해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아니야. 선생님 이제 회의 들어가야 되니까 얼른 좀 나가주겠니?”

“네. 안녕히 계세요.”

하윤이와 서진이가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 문 밖으로 나갔다.


“나 윤표샘 저렇게까지 화내는 거 처음 봐. 순간 엄청 졸았어.”

하윤이가 서진이와 교문 밖을 걸어가며 말한다.

“그런데 무슨 젤리이길래 저렇게까지 먹으면 안 된다고 하시지?” 서진이가 궁금하다는 듯이 말한다.

그렇게 터벅터벅 걸으며 방금 상황을 곱씹던 하윤이와 서진이가 동시에 멈춰 선다.

“우리 저 젤리 한번 먹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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