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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반반 젤리

제2화
꽁꽁 숨기면 누가 모를 줄 알고

by 홍윤표

“내가 알아낸 정보에 의하면 윤표샘은 금요일에만 3교시 끝나고 점심 식사를 하시지.”

은우가 하윤이에게 으스대면서 이야기한다.

“우리 5학년도 늘 3교시 끝나고 점심을 먹으니까 식당에서 뵐 수 있겠네?”

하윤이가 눈이 동그랗게 커지면서 말한다.

“그렇다는 얘기는!!”

유민이가 하윤이 옆에서 어깨를 두 손으로 꽉 짓누르며 말한다.

“꺄악!”
하윤이는 귀신을 본 것 마냥 소스라치게 소리를 지른다.

“아... 미안... 놀랬어? 아무튼 그렇다는 얘기는 그 시간에 윤표샘 교실에 아무도 없다는 것!”

“야. 너희들 정말 대단하다. 마치 무슨 명탐정 코난 같아.”
하윤이가 감탄스럽다는 듯 은우와 유민이를 쳐다보며 말한다. 은우와 유민이는 하윤이와 3학년 때부터 친했다. 그때 유난히 장난스러운 남자아이들이 같은 반에 많았는데 그때마다 셋이 똘똘 뭉쳐 서로를 감싸주면서 친해졌다. 셋 다 모두 집에 언니나 오빠가 있어 억울한 일이 있으면 참지 못하는 불같은 성격까지 닮았다. 그런 와중에 하윤이가 고민이 있다고 하니 은우와 유민이가 해결해 주기 위해 나선 것이다.

“그런데 윤표샘 식사하러 가시기 전에 문 잠가두시지 않을까?”

“그건 예서한테 물어보면 되지.”

“예서? 예서가 윤표샘 반 자물쇠 번호를 어떻게 알아?”

“여기 작년에 4학년 2반 교실이잖아. 예서가 작년에 4학년 2반이었고. 작년 담임 샘이 번호 만날 까먹어서 문 못 연다고 자물쇠 밑에 살짝 적어두셨거든. 그리고 내가 봤을 때 윤표샘은 그거 절대 안 지웠을걸. 귀찮아서.”

은우가 윤표샘을 훤히 꿰뚫고 있다는 듯 말한다.

“오케이. 그럼 작전을 짜자. 2교시 끝나고 아리수 먹는 데에서 만나.”

유민이가 손뼉을 치며 말한다.

“그래. 그럼 은우가 민슬이 데리고 오고 유민이가 서진이 데리고 와. 다섯 명이 힘을 합치자고.”

하윤이도 기대감에 찬 눈빛으로 아이들에게 부탁한다.

“크으. 내 생각도 그 생각이었어. 예서도 도와준다고 하면 데리고 갈게. 이따 만나.”


‘오호. 일이 생각보다 술술 풀리는데. 무슨 젤리인지 꼭 알아내야겠어.’



“윤표샘. 저희랑 챌린지 영상 찍는 거 도와주시면 안 되나요?”

은우와 민슬이가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 윤표샘에게 다가가 부탁한다.

“나 아직 다 안 먹었는데... 그리고 오늘은 좀 바쁜데 나중에 날짜 정하면 안 될까?”

“그게요... 내일까지 국어 수행평가로 제출해야 되는 데 깜빡했어요.”

“거 참. 그런 게 있으면 미리미리 얘기하면 어디 덧나? 5분만 기다려 봐. 요 식당 앞에 있어.”

“네. 감사합니다.”

윤표샘에게 인사하고 은우와 민슬이는 뒤를 돌아 살짝 윙크를 한다. 그 윙크 사인을 보고 예서와 하윤이, 유민이와 서진이가 식당 옆 별관 계단을 걸어 올라갔다.


“6156. 6156 맞지?”

“아이 그렇다니까. 내가 작년에 2학기 회장이라 문단속 매일 하고 다녀서 눈 감고도 풀 수 있어.”

예서가 자신 있게 말한다.

“그런데 윤표샘 교실에 왜 몰래 들어가는 거야? 생각해 보니 그걸 안 물어봤네.”

예서가 교실 자물쇠를 풀고 있는 동안 유민이가 궁금하다는 듯 묻는다.

“내가 어제 윤표샘한테 간식 달라고 했더니 윤표샘이 간식을 주셨는데....”

하윤이가 유민이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는데 갑자기 예서가 크게 소리친다.

“풀었다! 와 근데 왜 윤표샘은 나한테는 왜 간식 안 주시지? 내가 뭘 그렇게 잘못...”

“워워. 진정해. 예서야.”

서진이가 자물쇠를 풀자마자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내는 예서를 진정시키며 말한다.

“아무튼 그래가지고 간식을 주셔서 받았는데... ”



“컷. 이제 이만하면 되겠지?”

윤표샘이 은우와 민슬이랑 휴대폰 동영상의 종료 버튼을 누르며 말한다.

“어. 잠시만요. 저희 한 번만 더 살펴볼게요.”

은우와 민슬이는 촬영한 동영상을 살펴보는데 휴대폰 상단에 톡이 왔다는 메시지가 왔다. 영상을 살펴보는 척하며 톡을 보니 딱 한 마디가 적혀있다.


‘교실 들어옴’


은우와 민슬이는 서로를 쳐다보았다. 말하지 않아도 눈빛을 통해 둘은 친구들을 위해 시간을 벌어야겠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 구민슬. 여기에서 왼팔을 이렇게 들면 어떻게 해. 내가 오른팔을 들어야 정확한 거라고 했잖아.”

“어... 미안해... 선생님 죄송한데 딱 한 번만 더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

민슬이가 은우와 윤표샘의 눈치를 보며 나지막이 말한다.

“아이고. 알겠어. 대신에 이번 한 번 만이야. 그다음은 너희가 알아서 잘 편집해서 완성해 봐.”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윤표샘이 체념한 듯 얘기하며 연신 시계를 힐끔힐끔 봤다. 7분 뒷면 점심시간이 끝나고 수업 예비종이 치는 상황. 수업 준비를 미처 못한 윤표샘의 마음은 초조해졌다.


"와. 여기 완전 무슨 편의점이네 편의점. 윤표샘 서랍에 간식 진짜 많다."

안 그래도 큰 유민의 눈이 화들짝 커졌다.

“봐. 쟤가 오늘 우리가 여기 온 이유야.”

하윤이가 유리병에 든 젤리를 보며 말한다.

“이건 그냥 딱 봐도 곰돌이 젤리 같은데...”

예서가 유리병을 들어 이리저리 살펴보다 무지개 색으로 쓰여 있는 글씨를 발견한다.

“이거 좀 봐. 여기 무언가가 쓰여 있어.”

유민이가 말하자 서진이와 하윤이, 예서는 모두 옹기종기 모여 글씨를 일제히 읽기 시작했다.

“주의사항. 1일 1회 복용. 효력은 12시간. 반드시 절반 이하로 섭취할 것.”

“이게 뭔 소리야?”

예서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하자 하윤이가 확신에 찬 눈빛으로 말한다.

“이거 절대 그냥 일반 젤리가 아냐. 틀림없이 먹으면 무슨 특별한 일이 일어나는 신기한 젤리임에 틀림없어.”

“그런데 먹으면 어떻게 되길래 이렇게 꽁꽁 숨겨 놓으신 거지?” 서진이가 말하자마자 교실 앞문이 드르륵 소리를 열리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그 바람에 넷은 미어캣 마냥 ‘동작 그만’ 자세를 취했다.


“너희들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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