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에세이 챌린지]12. 돌고 돌아 볶음밥

같은 뱃속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똑같은 걸 좋아할 리 만무한 남매의 식탁

by 홍윤표

어린이집 첫째와 둘째 하원시키고 집에 돌아오면 5시쯤 정도 된다. 슬슬 아이들 저녁 먹일 시간이 돼서 오늘은 또 뭘 먹이나 고민을 할 시간이다. 아직 4살, 2살이라서 우리가 먹는 일반식을 가리지 않고 다 잘 먹을 때가 아니라 되도록이면 건강하고 먹기 편한 음식 위주로 밥상을 차린다. 우리 부부는 각자 모두 음식을 차리고 뒷마무리 할 이른바 '주방 메커니즘'이 장착되어 있기 때문에 누구든지 한 명이 차리면, 다른 한 명은 아이와 놀아주는 시스템으로 저녁을 준비한다. 그렇게 착착 마련된 음식, 둘 다 모두 맛있게 먹어주면 좋겠지만 그런 날이 늘 있는 것은 아니기에 인생은 재미있는 것.... 그런 날은 밥상을 두 번씩 차리게 된다.

우선 먹고 자는 게 예민하신 첫째 아드님 이야기부터 해보겠다. 첫째 아드님은 고기 요리보다 계란 요리, 밥보다는 면 또는 빵 요리를 선호하신다. 계란은 완숙이 아닌 반숙의 형태여야 적극적으로 식사에 임하시고, 스파게티도 크림 스파게티는 아니 되며 토마토 스파게티여야만 한 숟갈 뜨시는 정도이다. 오래 씹어야 소화에도 좋다는 것을 어떻게 아셨는지 모르겠지만 한 입 먹고 3분 동안 물고 있는 것은 기본이며 식사 시간도 보통 4~50분을 넘어간다. 특히 정통 레시피에서 약간의 수정이나 변형이 가해진 이른바 '퓨전 요리'라도 제공했을 시에는 오페르트 앞 흥선대원군이 따로 없을 정도로 대로하신다. 그만큼 자신만의 음식 철학이 확고하신 분이며 밥을 다 먹고 나서 디저트로 꼭 두유를 드셔야 직성이 풀리는 분이다.

이번에는 우리 둘째 따님 되시겠다. 첫째에 비해 음식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대단하며, 고기 요리를 굉장히 좋아한다. 이유식과 분유를 먹은 기간이 별로 되지 않을 정도로 일반식 전향이 빠르고 잠들기 전까지 끊임없이 다양한 음식을 섭취하기에 가리는 것이 딱히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빵을 좋아하지 않고 밥도 늘 1순위의 음식은 아니다. 채소, 과일 모두 다 먹을 줄 알고 좋아하지만 오이만큼은 절대 입에 대지 않는다. 첫째에 비해 덜 예민한 편이지만 그래도 자신만의 음식 철학이 분명하고 그 생각을 절대 바꿀 생각이 없어 보인다. 첫째는 젓가락으로 자신이 원하는 크기만큼 조절해서 먹어야 하는 반면 둘째는 무조건 크게 한입 가득 물고 씹어야 직성이 풀린다. 같은 배에서 태어났지만 이렇게 달라도 너무 다른 남매를 어떻게 한 상에서 식사를 하게 할 수 있을까?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결국은 '볶음밥'이었다. 첫째가 좋아하는 계란, 둘째가 좋아하는 고기, 호박 등을 모두 한꺼번에 볶아서 제공하면 극적 타결이 성사되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다른 부모들은 건강을 위해 천연 조미료를 사용하거나 친환경 재료를 사용하겠지만 우리 부부는 어차피 나중에 크면 다 먹게 될 것이니 스트레스 주지 말자는 주의이다. 그래서 아이들 음식에 부담 없이 연두, 다시다, 굴소스 등이 음식 스타일에 맞게 투입되어 음식의 풍미를 갖춘다. 그렇게 내어진 볶음밥, 다행히 두 분 다 큰 불만이 없으시다. 오늘 저녁도 이렇게 평화 협정으로 마무리되어간다. 그런데.. 내일은 또 뭐 해 먹지...?


keyword
작가의 이전글[100일 에세이 챌린지]11. 별이 다섯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