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데리고 놀러 가는 곳을 여러 군데 실험을 해 보았다. 사실 우리 부부는 연애 때도 그렇고 늘 가성비 좋은 비즈니스호텔을 선호했었다. 숙소는 그저 잠시 여행 중 머무르는 곳이라는 생각에 꼭 비싼 돈 들여서 이용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기가 태어나고 자라다 보니, 아이들한테는 좀 더 좋은 곳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어 호텔, 레지던스, 키즈펜션, 풀빌라 등 다양한 숙소에서 잠을 청한 적이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우리 아이들은 '5성급 호텔&리조트'를 제일 좋아한다. 우리 부부는 절약과 재테크를 통해 우리 아이들의 니즈를 채워줘야 할 운명과 마주한 셈이다.
우리 자녀분들에게 숙박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분리형 구조'이다. 즉 침실과 거실이 분리된 공간이어야 하며 침실에서는 잠을, 거실에서는 잠 이외의 생활을 해야 한다. 이는 우리 가족이 그동안 키즈 펜션, 풀빌라 등에서 무수한 기회비용과 매몰 비용을 투척해 가며 얻어낸 산물 같은 것이다. 원룸형 공간에서 식사와 놀이까지는 아이들도 어느 정도 이해를 하고 별 불편함 없이 놀긴 했다. 그런데 꼭 마지막에 취침하기 전에 문제가 생겼다. 아직 말 못 하는 둘째도 2~30분 내로 자다 깨기를 반복하면서 잠덧을 하였다. 게다가 첫째는 집에 가자고, 잠은 집에 가서 자야 한다는 흥선대원군 격 논리를 펼치기 일쑤였다. 실제로 우리 부부는 자다 말고 첫째가 집에 가자고 성화를 부려 새벽 3시 반에 체크아웃은 개별 연락으로 하고 야반도주하듯 집으로 돌아온 적이 있다.
그다음 조건은 물놀이를 할 공간이 무조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아이들과 여행 갈 때 짐이 무척 많아진다. 아이들 별로 각각 방수 기저귀와 래시가드를 준비한다. 그리고 취향에 맞게 핑크퐁 튜브를 준비하고 예비로 손으로 바람을 넣을 수 있는 손 펌프도 챙긴다. 인터넷에서 주문한 유아용 정글모와 아쿠아슈즈도 꼭 구비하고, 체온 유지에 필요한 망토 비슷한 것도 준비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아이들은 프라이빗한 수영장을 좋아하지 않는다. 시끌벅적하고 가족 단위로 많은 고객이 수영장에서 웅성웅성해야 텐션이 올라간다.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한 장소 역시 또한 '5성급 호텔&리조트'이다.
그리하여 우리 부부는 놀러 갈 곳을 정할 때 '분리형 공간이 있고 워터파크가 있는 5성급 호텔&리조트'를 자주 방문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그 흔한 레고랜드, 액티비티, 케이블카 등도 소용없다. 조식도 맛이 없어도 되고 굳이 먹지 않아도 된다. 시설이 깨끗하고 깔끔하며 사람들이 많이 찾아 늘 즐겁고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연출되는 장소면 된다. 분리형 공간은 사실 주니어 스위트 급 개념이기 때문에 성수기에는 가격이 최소 1.5배가 더 붙는 곳이다. 그런데 우리 아가님들께서(?) 좋은 경험을 선호하신다면 우리 부부가 먹을 거 안 먹고, 입을 거 안 입어서 대령해 드릴 수 있지 않나 싶다. 슬슬 휴가철이다. 7월 월급을 바짝 조여서 또 한 번 알아 뫼셔야 할 시기가 오고 있다. 대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