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에세이 챌린지]13. 체험 공동 육아 현장

공동 육아하면 편할 줄 알았는데 왜 힘들지..?

by 홍윤표

작년에 이사를 하면서 첫째를 단지 내 어린이집에 보냈다. 담임선생님의 무한한 헌신과 보살핌 속에 첫째는 어린이집 적응에 성공했고 같은 반 친구 4명과 함께 지금까지도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친구들 부모님 역시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맞고 열정을 갖고 육아에 임하시는 분들이라 종종 공동육아를 함께 맞이할 때가 있다. 하루는 키즈카페를 대관하여 5 식구 모두가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나는 가기 전에 몰래 흐뭇해했다.


'다 같이 가면 아이들끼리 잘 놀 테니 조금 육아하기 수월하겠지?'

그전에도 키즈카페는 우리 식구끼리 자주 갔었고 지금도 여러 장르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키즈카페를 계속 가고 있다. 하지만 교사 직업병이어서 그런지 타고난 기질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랑 와이프는 아이들 일거수일투족을 하나하나 쫓아다니며 케어하는 타입이다. 우리끼리의 수다나 식사는 상상할 수도 없고 우리의 방만으로 인해 혹시나 아이들이 다치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 5 식구 공동 육아는 그만큼 눈이 많고 케어할 사람이 많으니 나 하나쯤은 티도 안 날 거라는 기대가 들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정해진 시간에 5 식구가 키즈카페에 모였고 엄마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었는데 아이들이랑 같이 먹을 간식과 음료들을 세팅하며 서로의 노고와 배려에 감사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아빠들은 강한 피지컬과 다양한 변신술을 동원해 우리 아이들 신체 발달에 도움이 되는 놀이법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었다. 때로는 체육 선생님이 되었다가, 공룡아저씨로 변했다가, 다시 아빠로 소환되는 일련의 과정은 나를 만능 엔터테이너로 만들기 충분했다.

집에 가서 또다시 육아를 해야 할 것을 감안해서 효율적으로 체력 안배를 해 가면서 놀아줬는데도 땀이 등줄기를 또르르 타고 내려갈 정도였다. 노는 와중에 엄마들이 아가들 입에 간식을 하나씩 넣어주는 데 나도 함께 받아먹으며 '키카 대전'에 동화되는 중이었다. 운동선수들이 타임아웃 시간 짧게 수분을 보충하고 감독의 원포인트 지시를 받듯, 나도 아내가 넣어주는 과일을 먹으며 아이들 기저귀 상태 점검을 요구받는다. 에어컨이 틀어져있나 봤더니 강풍으로 설정되어 있다.

'이상하네, 공동 육아하면 더 편할 줄 알았는데 왜 더 힘들지..?'


나는 기질적으로나 직업병적으로나 가만히 아이들을 관조하는 인물이 못된다. 그러다 보니 평소에는 우리 애들 2명만 신경 썼었는데 오늘은 나도 모르게 5명의 아이들을 모두 신경 쓰고 있었던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같은 반 친구 부모들에게도 누가 되지 않게 우리 아이들을 평소보다 더 눈이 빠져라 챙겼던 것도 한 몫한 거 같다. 폭풍 같던 3시간이 휙 지나가고 아이들은 아쉬움을 뒤로한 채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같은 반 어머니가 " 하이고 우리 아가들 이렇게 뛰어놀고 집에 가면 씻고 바로 자겠네"라고 하셨다. 난 속으로 이렇게 나지막이 대답했다.


"저희 아이들은 집에 가서 후반전이에요"


아니.. 혹시 연장전이나 승부차기가 기다리고 있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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