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에세이 챌린지] 14. 짜장면은 못 참지

이상하게 짜장면은 가족이 다 같이 먹어야 맛있어

by 홍윤표

난 짜장면을 좋아한다. 짜장면을 먹으러 가기 전부터 설레어서 콧노래가 절로 흥얼거려진다. 사천짜장, 쟁반짜장 등 여러 종류가 있지만 그냥 있는 그대로의 순정이 제일 좋다. 결혼하기 전, 친구들과 모임이 있을 때도 이상하게 난 고깃집이나 횟집보다 중국집에서 모인다고 하면 기분이 좋았다. 중국집 특유의 향과 휘황찬란한 색감도 마음에 들었고 중국음식과 술을 마시면 다른 날보다 더 잘 마셨던 기억도 있다.


육아하면서 우리 아이들도 짜장면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다. 가끔씩 집에 식재료가 똑 덜어지거나 저녁 차리기 귀찮은 날은 외식할 때가 있지 않나. 그럼 우리 부부는 함께 먹을 수 없는 것부터 먼저 거른다. 고깃집은 고기불판이 위험해서 안되고, 횟집은 아이들이 먹을 게 없으니 안된다. 근처 분식집이나 가락국수집은 유모차 파킹할 것이 없어 불편하다. 돈가스집은 그저께 갔고 브런치 집은 넓긴 한데 가성비가 좀 안 맞는다. 그럼 십중팔구 결론은 짜장면이다.


의사소통이 어느 정도 되는 31개월 첫째는 먹는 데 큰 흥미가 없지만 다행히도 짜장면은 잘 먹는다. 둘째는 오이 빼고 다 잘 먹으며 늘 전투적으로 먹기에 그냥 당연히 잘 먹을 것으로 생각하고 데리고 간다. 집 근처 차이나이름을 달고 있는 중국집에 가서 짜장면 두 그릇을 시킨다. 늘 그랬듯 가위와 아이들 식기, 아이들 물컵을 세팅하고 물티슈 대용량 하나를 테이블에 올려놓는다. 물티슈 하나면 혹시라도 턱받이를 깜빡하더라도 안심이 된다.


늘 그렇듯 짜장면은 무난하고 맛있으면 그만이다. 달콤 고소하며 쫄깃한 면발. 기본에 충실한 만큼 요란스럽지 않아 더 부담 없는 맛이면 충분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 중국집은 갈수록 퀄리티가 떨어지고 있다. 말 못 하는 둘째도 맛이 바뀐 걸 아는지 전보다 먹는 양이 눈에 띄게 줄었다. 근처에 중국집이 있나 검색해 봤는데 최근에 오픈한 가게가 있어 리스트에 꽁꽁 숨겨두고 다음을 기약했다.

유니짜장.jpg


새로 생긴 중국집은 '향', '루', '성' 등의 일반적인 중국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단어를 갖고 있었다. 2층에 깔끔하게 자리 잡은 식당이었는데 특별하게 우리 가족의 관심을 끄는 메뉴는 바로 '유니짜장'이다. 유니짜장은 고기를 아주 잘게 다져 나오는 것이 특징인데 육아하는 부모로서 아주 매력적인 음식이다. 목에 걸릴 염려도 적고 적당히 면을 잘게 잘라 숟가락으로 퍼서 먹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유니짜장은 그만큼 만드는 데에도 정성과 시간이 필요한 음식인데 6000원에 즐길 수 있다면 충분히 괜찮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짜장면과 탕수육을 함께 먹는 것을 참 좋아하는데 우리 아이들은 탕수육 고기가 아직 질기고 단단한지 잘 먹지 못해서 아쉽다. 부지런히 키운 다음에 짜장+탕수육 세트를 주문하는 그날이 얼른 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은 과연 찍먹파인지 부먹파인지 은근히 궁금하기도 하다. 둘 다 식성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언제 먹어도 맛있는 짜장면처럼 언제 봐도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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