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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윤표 Jun 29. 2023

화내는 연습

슬기롭고 지혜롭게 화를 내는 연습이 필요할 때

대략 10년 전, 류이치 코노스케의 '화내지 않는 연습'이 베스트셀러로 유명했던 시기가 있었다. 당시 임용고시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 있던 시기였기에 위로가 되는 책을 찾아서 읽곤 했다. 자기 계발이나 힐링에 대한 글은 오히려 마음을 나약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고집으로 점철된 시기. 결국 나는 나 자신을 위한 현명한 키워드를 찾기로 했고 '화내지 않는 연습' 책을 통해 마음을 잘 가다듬기로 했다. 내가 부족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나를 가장 소중하게 생각해야 할 때가 언제인지에 대한 물음에 하나씩 답해나가면서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한 막연한 분노를 다스리던 기억이 난다.


시간이 흘러 교단에 자리 잡은 지 12년 차, 사회에서도 자주 얘기하지만 갈수록 교직 사회에 머무르는 것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다. 나의 학창 시절처럼 맹목적인 복종을 강요한다던지, '사랑의 매'라는 비교육적인 처사로 학교 문제를 대응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세상이다. 어떻게 하면 슬기롭고 지혜롭게 학생들의 생활지도를 원만하게 할 수 있을까. 이 고민은 늘 내 머릿속에 채워지지 않는 갈증처럼 자리해 있다. 결국 요즘 발생하는 문제의 대부분은 '인내'로부터 기인한다. '인내는 쓰나 그 열매는 달다'라는 것을 배우고 이해하고 있지만 당장 그 열매를 먹어치우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나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모두 다.

 참지 못하니

 즉시 감정을 표출하고 배설하여

 추스를 여유조차 생길 틈이 없다

상황에 대한 맥락과 잘잘못을 논하기 전에 먼저 나오는 말은 "어쩔티비"이며 동기유발로 나오는 영상이 10분 이상 넘어가면 지겨워한다. 옛 것을 빌어 오늘날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꼰대가 되고 쇼츠와 릴스를 따라가지 못하면 MZ에서 배제된다. 여기서 핵심은 부적응이 아니라 이러한 사회문화를 소비하고 향유하는 세대들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이 학교에서 개선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난 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사이고 그러한 문제점을 마냥 방관하는 것이 싫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내가 다다른 결론은 '화내는 연습'을 하자이다. 코노스케 선생님께서 실망하실지 모르니 한 말씀 올려도 괜찮을는지요.


미안합니다, 코노스케 선생님. 저는 아직 선생님이 말씀하신 내용을 충분히 담아낼 그릇이 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저 또한 인내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또한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들로 인해 수업의 권리를 존중받지 못하고 막연한 '인내'를 강요받는 소위 조용한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화내는 연습'을 하겠습니다. 소리치지 않고 논리 정연하게 문제가 무엇인지를 알려주겠습니다. 문제가 되는 행동에 대해 이해하기 쉽고 간결하게 핵심만 이야기하겠습니다. 잘못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닌 잘못한 행동에 대한 진심 어린 반성과 개선의지를 이끌어내는데 주력하겠습니다. 더 나아가 역지사지의 정신과 인내하는 마음은 앞으로 너희들이 살아갈 세상에 더욱더 필요한 덕목이라고 친절하게 가르치겠습니다.


덕업일치가 중요하다고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그것이 곧 밥벌이가 되고 미래를 계획하게 되는 근간이 되는 것. 내가 교직에 있는 이유는 돈보다도 학생들을 가르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데 큰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내 힘이 닿는 데까지 교직에서 좀 더 나은 '너'와'내'가 될 수 있도록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해야 할 노력은 '화내는 연습'이다. 쉽지 않겠지만 하루하루 화내는 기술을 향상(?)시켜서 나를 마주하는 이들이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꿈꾸고 행복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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