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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대 동문작가 북콘서트 참가 후기

유미래 님도 뵙고 동기들도 만나고 여러모로 유익한 날

by 홍윤표

매년 모교 서울교대에서는 10월 동문 행사가 열립니다. 저는 수년간 이 행사에 스태프로 참여하여 선후배들의 체육대회를 포함한 각종 행사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봉사하는 역할을 해 왔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예년과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동문 행사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바로 '동문 작가 북콘서트'라는 뜻깊은 자리로 말입니다. 2025년에는 3일간 동문 작가의 책을 전시할 뿐만 아니라 그랜드 홀이라는 큰 연회 장소에서 북콘서트가 개최되었고 저는 정말 영광스럽게도 본 행사에 패널로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작년 겨울에 출간된 저의 육아에세이 『전지적 아빠 육아 시점』덕분에 말이죠.

9시 30분까지 도착해야 한다는 말에 부지런히 8시쯤 집에서 나와 모교가 있는 서초동으로 향했습니다. 대학원을 포함하면 6년 넘게 오갔던 길임에도 오늘만큼은 학교를 감싸고 있는 풍경이 사뭇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행사 현장에 가니 저를 소개하는 안내 패널과 함께 작가들을 위한 테이블이 별도로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이것을 보니 뭔가 부끄럽기도 하면서 행사를 주관하는 선생님들의 배려심이 물씬 다가왔습니다. 평소에는 좀처럼 느껴보기 어려운 감정이 묘하게 스며들더군요. 그렇게 저는 자리를 잡고 주변을 살펴보는데 너무나도 익숙한 분이 바로 제 옆에 손주들과 함께 계셨습니다. 바로 브런치로 3년간 인연을 이어오고 있던 '유미래' 작가님이었습니다.

초면이었지만 마치 자주 알고 지냈던 분처럼 제가 먼저 선뜻 작가님께 인사를 올렸습니다. 다소 캐주얼한 저의 복장과는 달리 '@유미래' 유영숙 작가님께서는 북콘서트에 아주 적합한 OOTD를 선보이시며 손주들을 케어해주고 계셨습니다. 그렇게 온라인상에서만 뵙던 작가님과 인사를 나누고 저는 소장하고 있던 작가님의 2권의 저서를 꺼내 사인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글 속에서만 마주할 수 있었던 유미래 작가님의 손주들과 아드님을 실제로 만나 뵐 수 있었습니다. 할머니를 축하해 주기 위해 먼 걸음을 함께한 아드님과 손주들이 자랑스러웠고요.

그렇게 작가님과 안부 인사와 근황 토크를 주고받고 있으니 대뜸 누가 저에게 다가와 반갑게 인사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수년간 만나지 못했던 동기 이예린 작가였습니다. 이예린 작가는 수개월째 교육분야 베스트셀러인 '유. 초 이음교육 HOW TO'의 공동 저자로 오늘 행사에 참여했습니다. 야무지고 똑똑하기로 소문난 동기가 이렇게 작가의 모습으로 북콘서트에 함께 할 수 있음에 그저 감사했습니다. 일신상의 이유로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어쩌면 더 재미있을 미리 가보는 중학교' 황지현 작가(@늘해랑)의 패널을 보며 또 한 번 동기의 근황을 알 수 있어 좋았고요.


'거짓말 주의보'의 이경아 작가도,
그림책연구의 대가 이한샘 작가도 전부 다 동기들이네. 크으.
내가 진짜 대단한 사람들이랑 오늘 함께 하는구나.

이윽고 각 분야별 작가들의 북콘서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제 친구 이예린 작가는 '교육 분야'에서 유초 이음교육에 관한 간단한 소개와 책을 쓰게 된 경위 등을 필두로 본인의 생각을 유감없이 발표하였습니다. 인상 깊었던 점은 작가님들 모두 다 글쓰기를 사랑하고 좋아하며 꾸준함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계속 무언가를 집필하고 연구하셨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결코 본인을 갉아먹거나 낙담하게 하지 않고 살아있게 하는 힘이자 즐거움이라는 점에서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저도 능력은 모자라지만 글을 쓰는 행위가 좋고 죽기 전날까지도 무언가를 꾸준히 읽고 쓰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제 차례가 오자 저는 방금 전까지도 계속 되뇌었던 발표의 키워드들이 하얗게 사라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왜 내가 육아에세이를 쓰게 되었는지, 이 자리에 참여하면서 느끼기 된 소회를 간단하고 명확하게 말하려 했던 저의 포부가 산산조각이 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지금도 뭐라고 했는지 잘 기억은 안 나지만 SNS 속에서만 뵙던 '유미래' 유영숙 선배님이자 작가님을 실제로 뵐 수 있게 되어 크나큰 영광이라고 했던 것은 확실히 기억이 납니다. 사진 속에서 봐도 알 수 있듯이 저의 몸은 나무등걸처럼 굳어 있었으며 낯빛은 지나치게 어두웠지만 인자하신 선후배들의 박수소리를 끝으로 저는 무사히 북콘서트를 마무리지을 수 있었습니다.

폭풍 같은 1시간이 지난 후 저는 오래간만에 만난 이예린 작가랑 간단히 점심을 먹고 오늘 행사를 준비해 주신 선생님들에게 하나씩 감사의 말씀을 드린 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와이프에게 연락을 하니 근처 슬라임 카페에 있다고 하기에 곧바로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행사 내내 가슴 한 켠이 이상하리만큼 답답하고 휑했는데 가족과 함께 있으니 그런 감정은 씻은 듯이 날아갔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아빠이자 좋은 남편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한 하루입니다.


두 자식 상팔자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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