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이 해가 서쪽에서 뜨겠네. 오늘은 어쩐 일로 이렇게 빨리 학교를 가시나?”
나은이 엄마가 헐레벌떡 가방을 메고 신발을 신는 나은이를 보고 말한다.
“쟤도 올해 6학년이라 플라잉디스크 하잖아 엄마.”
의아해하는 엄마를 보고 담희가 말한다.
“치사하게 너만 전국대회 갔다 올 순 없지. 나도 올해 열심히 해서 갈거다.”
나은이가 코웃음을 치며 언니인 담희에게 한 마디 던진다.
“야. 너 윤표샘이 제일 싫어하는 게 뭔지 알아. 지금 너처럼 선넘는 거야 선넘는거. 어떻게 언니한테 너라고 부를 수가 있냐.?”
“그럼 너를 너라고 부르지 뭐라고 부르냐. 엄마 다녀올게. 이따 방과 후 끝나고 연락할게.”
정신없이 가방을 메고 뛰어나가는 나은이의 모습을 보고 담희는 생각했다. 담희는 작년에 세라초에서 윤표쌤과 함께 얼티미트부에 참여했다. 성실한 수비수라는 평가를 들어 늘 A조에 속해서 팀 승리에 기여했고 그 덕에 전국대회 진출이라는 쾌거를 얻을 수 있었다. 이제는 익숙해져버린 교복에 묻은 보푸라기를 떼고 머리를 단정하게 정돈하며 담희는 생각했다.
‘하긴 그때가 좋았다... 8시에 운동장에 가면 친한 애들 다 있고...’
“아니 요즘에 학교에 도둑이 들어오나. 이상하단 말이지. 얘들아 너희도 귀중품 가지고 다니지 말고 잘 숨겨놔.”
윤표샘이 운동장을 터벅터벅 걸어나오며 툴툴거린다.
“네? 어 저 얼마전에 핸드폰 바꿔서 이거 잃어버리면 엄마한테 혼나는데”
옆에서 그 얘기를 듣고 토끼눈이 된 윤진이가 걱정스런 말투로 말한다.
“아니 선생님이 플디를 너희한테 주려고 하는 데 막 4~5개씩 순식간에 없어지더라고. 이상하다 쥐가 훔쳐간건 아닐꺼고. 그치 현지야?”
많은 학생들 사이에서 현지를 톡 쏘아 보면서 윤표샘이 말하자 현지는 고개를 땅에 숙이며 쥐죽은 듯한 목소리로 말한다.
“네... 조심해야 되겠네요... 도둑이 있으면...큰일 나죠...”
현지의 반응을 보고 윤표샘은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다시 진지하게 말한다.
“플디 연습을 하지 말고 도둑부터 잡아야 될 판이야. 그렇지 현지야?”
“네... 뭐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방금 전과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똑같은 자세와 태도로 현지가 말하자 옆에 있던 다연이랑 채연이가 한 마디 거든다.
“쌤 왜 멀쩡한 현지한테 틱틱 거리고 난리에요. 우리 현지가 얼마나 착하고 마음씨가 여린데”
“알았어요 알았어. 아오. 다연이나 채연이나 아침부터 무지하게 시끄럽네 아주 그냥.”
그 와중에 시무룩한 표정을 하며 채연이가 윤표샘에게 말한다.
“선생님 저 올해 10월에 전국대회 나가게 해주시면 안돼요? 저 10월에 전학가는데...”
“아이고 기왕이면 졸업하고 가지 뭐 집에 이사갈 일이 있으신가?”
“네... 뭐 그렇게 되었어요. 그래서 이사가기 전에 세라초에서 멋진 추억 하나 만들고 가고 싶단 말이에요.”
윤표샘은 채연이에게 자그마한 추억을 선사해주고 싶은 생각이 있었지만 그 과정이 너무도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잠시 근심에 빠져있었다.
“알겠어... 다른 학교도 워낙 다들 잘해서 걱정인데... 일단 오케이. 그럼 오늘 일단 공으로 5:5 미니 게임하자.
현지 불만 없지?”
옆에서 듣고 있던 현지는 소스라치며 또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야. 너 그러지 말고 빨리 선생님한테 말씀 드려. 선생님 눈치 채신 거 같은데...”
옆에서 듣고 있던 효주가 말하자 현지는 고개를 끄덕임과 동시에 생각했다.
‘아 근데 왜 순순히 이걸 내놓기가 싫지...? 이걸 내가 왜 내놓아야 하지....?’
그리고 말없이 윤표샘도 생각했다.
‘아... 이상하다... 왜 계속 나도 모르게 갈구지...?’
“우리 올해 우리 담임선생님 그렇게 잔소리 많이 안하시는 거 같아.”
6학년 6반 나림이가 친구들과 화장실에서 나오며 말한다.
“근데 혹시 또 몰라. 선생님들이 워낙 포커페이스셔서. 우리 작년 담임쌤 천사라고 소문났는데 숙제 3번 연속 안해오니까 완전 화내셨잖아. 막 남자애들 남아서 글쓰기 숙제 2배로 내주시고.”
나림이의 말을 듣고 은서가 옆에서 아직 속단하기 이르다는 표정으로 말한다.
“나 근데 요새 고민 생겼어...”
나림이가 말한다.
“뭔데?”
“자꾸 키가 너무 크고 있어.”
나림이의 말에 은서가 마치 해서는 안될 이야기를 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야. 너 지금 다른 애들 듣기 전에 조용히 해. 키 작은 여자애들 들으면 실망해. 특히 키 작고 말만 무지하게 많은 남자애들 들으면 너 아주 질색팔색할 이야기야.”
“근데 나도 좀 다람쥐 같이 품 속에 폭 들어갈 정도로 작고 귀엽고 싶다고. 요즘에 그런 여자가 더 인기라잖아.”
나림이가 은서의 말에 시무룩한 표정으로 대답한다.
“너 근데 그런 인기를 너에게 줄 것 같은 남자애가 우리 학교에 있어?”
옆에서 조용히 나림이의 푸념을 듣고 있던 률하가 질문한다.
“없지.”
“그럼 올해는 틀렸어. 그리고 너 키 커서 윤표샘이 엔드 존에서 캐치하는 거 집중적으로 연습시키셨잖아.”
률하의 질문에 나림이가 대답하자 그걸 듣고 있던 은서가 칼같이 선을 그었다.
“아. 그건 뭐 알겠는데... 키 좀 그만 크고 싶다고...”
그런 나림이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 옆을 같은 반 유경이가 스쳐 지나간다. 똘망똘망한 눈망울에 작고 아담한 체격을 가진 유경이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나림이는 한번 더 생각한다.
‘나도 유경이처럼 좀 귀여운 사람이면 좋을텐데.’
“윤진이 너 근데 다리가 또 왜그러냐.”
윤진이가 어제와는 다르게 발에 깁스를 한 채 나타나자 윤표샘이 화들짝 놀라며 묻는다.
“계단에서 빨리 내려오다가 그랬어요.”
그 옆에서 윤진이를 부축해주던 같은 반 연서가 대신 대답했다.
“또 김동아랑 김이현이 복도에서 칠렐레팔렐레 하다가 치고 간거 아냐?”
“맞아요. 제가 봤어요.”
그 옆에 골똘히 듣고 있던 채아가 기다렸다는 듯이 말한다. 6-1반 친구들은 학기초부터 같은 반 남녀할 것없이 벌써부터 사이가 좋아져 짓궂은 장난을 서슴없이 한다는 제보가 있었는데 그게 사실인 모양이었다.
“하여튼 사내녀석들 에너지 넘치는 거 알아줘야 돼. 그 정신으로 플라잉디스크를 한 번 더 던져야지. 안그러니 현지야?”
뜬금없는 타이밍에 갑자기 현지에게 질문을 던지자 현지는 마치 챗봇처럼 늘 하던대로 대답했다.
“네... 뭐 그런거 같기도 하고...”
“하여튼신현지.”
그 옆에서 서은이가 한 마디 거들었다.
“뭐 왜 갑자기 x랄이야 x발.”
현지는 늘 그렇듯이 조용하고 차분하게 심한 말을 뱉었고 그것을 본 예린이는 즉시 선생님께 일렀다.
“쌤 현지가 저에게 갑자기 욕했어요.”
“현지 너 왜 멀쩡히 있는 서은이랑 예린이한테 욕하고 그래?”
윤표쌤의 말에 현지는 미처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대답했다.
“네... 저... 아무 말도 안했는데...”
“지금이라도 관둘까...?”
그 모습을 빤히 보고 있던 효주의 머릿속이 또 한번 복잡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