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겠다, 너는』을 읽고

부러우면 지는 건데 우린 서로 부러워하니 무승부

by 홍윤표

수학과 관련된 대회라면 우승을 놓치지 않는 태호. 자타공인 수학박사로 정평이 자자하지만 오늘만큼은 기분이 그리 썩 좋지 않다. 엄마가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입상한 것을 자랑하면서 아빠 이야기를 꺼냈기 때문이다. 미국에 머물러 계신다는 엄마의 말씀 그리고 아빠가 태호 선물로 건네주었다던 코끼리 인형 '코식이'로 그렇게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빠를 떠올린다. 그러던 어느 날, 태호네 반에 전학생이 찾아온다. 이름은 서우. 이름만 봐선 흔히 볼 수 있을 법한 아이지만 태호를 비롯한 친구들은 모두 놀란다. 왜냐하면 태호와 같은 특이 성인 '제'씨를 가졌기 때문.


'중학교 3학년 때 국어를 가르쳐주셨고
늘 블라우스 왼쪽 상단에 브로치를 다셨던
제명지 선생님. 안녕하시죠?'

그렇게 제태호, 제서우는 특이한 성 때문인지 서로에게 이끌리게 되고 전학생인 서우에게 동네 구경을 시켜주며 둘은 자연스럽게 친해진다. 우연한 기회에 서우 집에 놀러 간 태호는 때마침 집에 계신 서우의 아버지와 인사를 하는데. 이게 웬걸. 서우의 아버지는 저명한 대학교 수학교수이시면서 미국에 남은 가족이 있다고 하시지 않는가. 가우스를 거론하며 이야기꽃을 피운 서우 아버지는 내친김에 수학 모임을 주선하셨고 태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저씨를 더 알고 싶어 대뜸 수락한다. 서우는 탐탁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렇게 수학 모임을 하다 보니 태호의 아저씨에 대한 관심과 존경이 점점 집착과 환상으로 바뀌어 갔다. 수학 모임이 혹시라도 취소되면 아저씨의 사무실에 전화를 걸거나 직접 찾아가기까지 했다. 그런 태호는 급기야 서우네 방 서재를 몰래 들어가 아저씨의 만년필을 갖고 나오게 되고 그 모습은 서우의 눈에 발각된다. 안 그래도 요즘 탐탁지 않았던 태호인 데다 친하게 지내고 싶은 유나가 자기보다 태호를 더 선호한다는 생각에 서우는 태호를 도발했다. 그리고 결국 그들은 유나가 그토록 사랑하고 모범을 보이던 검도장에서 주먹다짐을 하며 큰 무례를 범한다.

유나가 보는 앞에서 크게 한 바탕 싸운 태호와 서우. 사과하고 싶은 마음과 먼저 사과받길 바라는 마음 사이에서 둘은 용기를 내어 대화를 하고 각자가 갖고 있던 속사정을 털어놓는다. 태호가 혹시 서우 아버지가 말한 '지켜주지 못한 아이'가 내가 아닐까라고 말하자 서우는 크게 노하며 그것은 죽은 자기 누나라고 얘기한다. 그 속에서 태호는 크게 오해했음을 인지하고 서우에게 용서를 구했고 그런 서우는 유나의 도움을 받아 태호와의 앙금을 씻는다. 그리고 서우 아버지의 중재를 통해 태호와 서우는 식사를 하며 서로의 결핍이 가져온 해프닝을 이겨내기로 마음먹는다. 끝으로 태호는 홀로 자신을 애지중지하며 키워주신 엄마의 처지를 깊이 감사하고 이해하며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조영서 작가는 본인이 경험한 어린 시절 질투와 결핍을 경험한 일화를 바탕으로 본 동화를 펴냈다. 문득 국민학교 친구들이 우리 집에 한 번 놀러 왔다 경악을 금치 못했던 그날이 떠올랐다. "이런 곳에서 사람이 어떻게 살아?"라고 했던 친구의 목소리와 왕방울만 한 눈은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할 수만 있다면 나의 100점 시험지와 친구의 30점 시험지를 바꾸는 대신 그 친구의 야구 글러브가 갖고 싶다 생각했던 그날도.

어른이며 초등학교 교사인 지금, 태호와 서우의 모습을 보니 숱하게 교실에서 싸웠지만 지금은 어엿한 성인이 된 제자들의 모습이 스쳐 지나간다.

『좋겠다, 너는 』은 극복할 수 없는 문제인 것 같았지만 결핍 속에서 해법을 찾아 관점이 바뀌고 더 나은 내일로 발돋움하려는 청소년들에게 힘을 주는 책이다. 교사이자 아빠이다 보니 제자들과 자식들의 더 나은 미래를 항상 응원하고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을 놓을 수가 없고 놓아서도 안 된다. 세상 어느 누구도 모든 것을 다 알고 원하는 것을 다 가질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가지려면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질투와 시기가 아닌 나눔과 배려의 자세의 꾸준함이라고 본다.


이 책을 오늘도 힘겹게 교실 안팎에서 마음앓이하고 있을 친구들에게 권하며 이렇게 말하고 싶다

넌 이미 충분하다고. 그리고 더 나아질 거라고.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저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