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비속어 수업』을 읽고

비속어를 막상 마주하니 얼굴이 낯뜨거워지네

by 홍윤표

"너 혹시 DJ.DOC - L.I.E"라는 노래 알아?"

"알지. 그거 막 욕 엄청 많이 들어가서 삐~ 처리 되서 나오잖아?"

"아니야. 그거 빨간 딱지 들어있는거는 삐~ 소리 안나오고 욕 그대로 나와. 우리 언니가 사왔길래 들어봤는데. 와 진짜 나 요새 이 노래가 제일 좋아. 막 스트레스 팍팍 풀리는 거 같고."


2000년 한국 힙합(그당시에는 힙합이라는 단어가 특별한 정의 없이 사용되던 시기)씬을 뜨겁게 달궜던 노래는 바로 'DJ.DOC-L.I.E' 였다. 당시 DJ.DOC는 가요계의 귀여운 악동이란 이미지가 있었는데 그런것은 온데간데 없고 시대비판적인 가사를 어두운 비트에 가감없이 쏟아냈다. 특히나 'L.I.E' 트랙은 특히 상스러운 욕설이 별다른 필터없이 아주 공격적으로 등장해 그 당시 나를 비롯한 청소년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5분 비속어 수업』에 등장한 '씨x' , 'x같다'라는 단어를 보는 순간 중학교 2학년 교실에서 우리반 부회장과 나눴던 일화가 순간 머릿속을 스쳤다. 그리고 비속어를 다시 마주하니 묘하게 얼굴이 낯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마치 봐선 안될 것을 본 것 마냥.

권희린 작가는 사서교사로 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에피소드 등을 섞어 청소년들이 자주 사용하는 비속어의 원인 그리고 그것들이 주는 파급효과 등을 재미있고 알기 쉽게 상세히 기술했다. 나 역시도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다보니 교실에서 좀처럼 들을 수 없는 비속어들을 창문 너머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분명 교실에서는 얌전하고 선생님 말을 귀담아들을 줄 아는 개념 있는 학생들이 하교 후에 내가 있는 교실 뒤 놀이터에서 대화할때는 아주 걸쭉하고 당연하다는 듯이 '야이 x발', 'ㅂㅅ 같은 ㅅㄲ' 라고 얘기하는 것을 들을 때는 어안이 벙벙해진다. 비속어 사용의 문제점은 비속어에 대한 노출이 너무 쉽다는 것, 그리고 비속어가 주는 부작용에 대해 크게 경각심을 느끼지 않는 문화가 학생들 사이에 깔려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속어 사용의 여파는 지속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는 문해력의 감소를 야기하고 올바른 사회정서를 함양하기 어렵게 한다. 권희린 작가는 요즘 사용하는 비속어, 마치 idioms처럼 꾸준히 일상생활에서 활용되는 비속어 등을 구분지어 설명함으로써 세대를 넘나들며 회자되는 무분별한 비속어 활용에 대한 경각심을 갖도록 한다. 또한 작가는 비속어 사용이 결국은 말하는 사람의 자존감과 윤리 의식을 갉아 먹고 올바른 인간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만드는 데 주목해 비속어를 올바른 표현으로 고쳐 쓰도록 유도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실제로 본인이 수업 시간에 자주 쓰던 '거지 같다'라는 말이 학생에게 상처를 주는 발언이었기에 더 이상 하지 않는다는 자기 반성도 함께.

나 역시도 비속어를 하나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불합리함을 당할 때는 나도 모르게 입에서 비속어가 나오기도 하고, 간혹 스포츠 경기(축구나 야구...)를 관람할 때 응원하는 팀이 찬스를 살리지 못하면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비속어를 내뱉은 적도 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사실 많다. '지x'을 언급한 에피소드에서 '지x 총량의 법칙'의 말처럼 '비속어 총량의 법칙'을 정하고 준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개인적으로 많은 실수가 용인이 되던 미성년자 시절이나, 피끓는 청춘이던 20대 시절에 충분히 마음껏 비속어를 원없이 뱉어댔다고 생각한다. 군사 재판까지 경험했던 다사다난했던 군생활이나, 한때 힙합에 미쳐 있어 한글뿐만 아니라 영어 비속어도 섭렵(?)한 그 때 말이다.

이 책은 단순히 비속어의 어원과 정의, 유래를 소개하는 실용서라기보다는 그런 비속어를 사용하는 청소년을 교사의 시점에서 바라보고 그들의 언어 순화를 개선하려는 데 도움을 주는 따뜻한 지침서이다. 권희린 작가는 매 꼭지마다 지나치게 낮거나 높은 자존감 사이에서 유영하는 아이들에게 올바른 방향타를 제공하고 그만의 따뜻하지만 당찬 표현으로 청소년의 멋진 내일을 응원하고 있다. '사람은 말하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살아가게 되니까'라는 작가의 말처럼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계속 품다보면 그 사람은 정말 자신만의 속도에 맞춰 그리 향하게 되어 있다. 앞으로 이 책을 읽는 나를 비롯한 '욕쟁이'들이여. 오늘부터라도 바른 말을 잘 써서 제대로 살아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