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통방통 마법의 머리끈』을 읽고

공짜 좋아하면 너, 대머리 된다

by 홍윤표

학교에서 체육업무를 맡으며 매년 스포츠클럽대회에 참가했다. 그 이유는 교사 입장에서 볼 때 학교를 대표해서 대회에 나가지고 이기는 경험이 훗날 아이들의 성장의 밑거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또한 그토록 재미있어하는 체육 시간을 학생들이 남들보다 더 많이 할 수 있게 해주고 싶은 마음, 그 과정에서 팀플레이나 페어플레이 같은 덕목을 자연스레 습득하기를 바라는 면도 있다. 그러나 우리 채희는 그런 체육 시간이 너무 싫고 게다가 요즘에는 이마에 난 여드름을 앞머리로 감춰야 해서 한여름에도 일자머리를 고집하고 있다.


'체육 싫어하는 아이들의 저마다의 이유를 다 이해해야 하는 게 힘들지... 억지로 시킬 수도 없고...'

가뜩이나 예고도 없이 나타나 기분 나쁜 데 그런 채희의 마음을 다 읽고 있다는 듯, 여드름이 불쑥 거래를 제안한다. 앞머리를 올려주면 너에게 선물을 주겠다고. 거래 성사와 맞물려 채희 앞에 자연스럽게 머리끈 노점상인이 등장하고 채희는 그토록 사랑하는 매운 떡볶이 사 먹을 돈으로 머리끈을 산 뒤 앞머리를 시원하게 오픈했다. 그랬더니 이게 웬걸. 채희는 만날 자신을 놀리던 우석이를 보란 듯이 이기며 운동 꽝에서 단숨에 운동 짱이 되어 주목을 받게 된다. 게다가 단숨에 육상부 코치의 눈에 들어 학교 대표 자리까지 꿰차기까지 한다. 한 수 앞선 실력으로 채희를 상대해 주시던 아빠와의 배드민턴 시합도 손쉽게 '클리어' 하고 말이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늘 어둠도 함께 존재하는 법. 풍성한 머리숱을 자랑하던 채희는 이른바 '머리끈 회담' 이후 능력을 발휘할 때마다 머리가 그야말로 뭉텅이로 빠지게 된다. 물론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릴 때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긴 하지만 이건 그 정도 수준을 한참이나 넘어섰다. 채희는 한마디로 대머리가 될 위험에 처한 것이다. 다행히도 단백질 함량이 풍부한 서리태콩 섭취가 모발 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나도 알고) 채희의 엄마도 알고 계셨다. 그리고 천만다행으로 (혹시 조상님 중에 탈모 있으셨던 분이 누구셨는지 묻고 싶은 마음을 가슴에 묻고) 채희 곁에는 검은콩보다 소중한 존재, 하선이가 있었다.

최자두 옆에 민지가 있고, '로미' 공주 옆에 '하츄핑'이 있듯 하선이는 진심으로 채희를 생각해 응원과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하선이의 말에 채희는 더 이상 욕심의 구렁텅이에 빠지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대회에 나가 결과에 상관없이 최선을 다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라이벌 의식을 갖고 채희에게 툴툴거렸던 우석이가 네 잎클로버에 응원의 마음을 담아 보내자 채희는 곧바로 이 거래를 중지하기로 결심하며 노점상인을 찾아가 클레임 아니 환불 요청을 의뢰한다. 그러자 승리라는 달콤한 욕망을 무릅쓰고 정공법을 택한 채희의 마음에 감동한 노점상인은 탈모 커밍아웃으로 '과유불급'의 교훈을 단번에 그리고 아낌없이 전달했다.

학생들에게 교사로서 대회에 나가서 항상 강조했던 부분이 '최고보다는 최선을 다하자'였다. 속절없이 무너지는 한이 있더라도 경기 휘슬이 울릴 때까지 한 번이라도 더 움직이는 것. 수년간 지도하면서 때로는 우승의 기쁨을, 한편으로는 예선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시긴 했지만 단 한 번도 학생들에게 페어플레이에 어긋나는 행동을 강요하지도, 시전 하지도 않았던 것을 위안으로 삼고 있다. 모든 초등학생들이 K-pop을 선호하지 않듯, 채희와 같이 체육을 싫어하는 학생들이 교실에 많이 있다. 그 아이들이 과도한 경쟁이 아닌 협동과 배려가 무엇인지 체득할 수 있게 꾸준히 체육 수업을 고안하고 현장에서 적용해야겠다는 생각이다. 공짜 좋아하면 어른들이 대머리 된다 했으니까 오늘 하루만큼은 1000만 탈모인들을 대신해 용기 내어 부탁하리라.


"얘들아, 최선을 다한 네가 이 나라의 진정한 챔피언이야."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