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오세요, 이곳은 에세이 클럽입니다』를 읽고

7인 7색, 저마다의 빛깔로 수놓은 생각이 세상을 물들이다.

by 홍윤표

매일 하지 않지만 적어도 1주일에 2~3번 출근 전 새벽에 일어나 달리기를 한다. 달리기를 하는 이유는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고 생각이 맑아질 뿐 아니라 희한하게도 달리는 동안 글감이나 평소에는 생각지 못한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용솟음치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마치 운동화가 발을 구를 때마다 뇌에 아이디어를 꾹꾹 눌러 담아 보내는 듯한 기분이랄까. 그러다 문득 아마도 달리기 전에 잠을 깨기 위해 '필사'를 했던 과정이 영향을 준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상반기에는 달리기 전 김연수 작가의 '지지 않는다는 말'을, 하반기에는 정지우 작가의 '사람을 남기는 사람'을 필사하며 필사의 매력에 차분히 스며들었던 그때 말이다.

혹자는 독서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려거든 에세이부터 읽으라고 권한다. 왜냐하면 에세이가 현학적 표현이나 공감각적인 심상이 가득한 시나 난해한 용어와 철학으로 가득한 실용서, 철학서보다 쉽게 읽히고 글쓴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파악하기 용이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에세이는 함부로 '이해했다', '파악했다'라는 단어로 대변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 글 속에는 드러나지 않은 개인의 일대기와 사사로운 감정들, 말하고 싶었으나 차마 하기 껄끄러운 것들이 종합적으로 버무려져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과거로부터 지금까지의 희로애락과 누구도 예견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마음가짐이 총망라된 글을 어찌 감히 단어 하나로 규정지을 수 있으랴. 알지도 못하면서.

『안녕하세요, 이곳은 에세이 클럽입니다』는 그런 일련의 과정들을 차치하고 오롯이 글쓰기를 통해 나에게 집중하고 싶은 7인 7색의 매력이 듬뿍 담긴 에세이집이다. 이들은 일요일 새벽, 삼라만상이 아직 눈을 뜨지 않은 시간 고요하게 모여 자신의 생각을 사각사각 세상에 밝혀 놓은 준비를 했다. 자식들을 챙기느라 나를 돌아보지 못한 이도 있고, 낯선 곳에서 어쩔 줄을 몰라하며 나 자신을 생각해 볼 겨를도 없는 이도 있었다. 그런 그들의 경험과 형언하지 않았던 감정들이 '함께'라는 배에 오르니 글쓰기는 곧 생각의 항해가 되었고 닿지 않은 곳을 향한 탐험이 되었다. 그렇게 일요일 새벽 6시는 그들에게 있어 나를 오롯이 돌아보는 순간이자 앞으로를 다짐하는 집념의 장이 되었다.

그렇게 1년의 시간 동안 주어진 주제에 대해서 꾸준히 써 내려온 각자의 감정과 사유의 여로는 이제 세상에 그 모습을 당당히 내놓았다. 확실한 것은 그들은 글을 쓰기 전과 후에 변했고 글쓰기가 곧 인생의 나침반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글쓰기 자체가 어메이징 한 미래를 보장한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그동안 살아온 여정을 되짚어 보며 반성할 것이 있다면 그것들을 오늘을 제대로 사는 데 활용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면 더 나은 '나'를 마주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를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 깨달음을 각자의 방식대로 작가, 교사, 엄마, 딸인 그녀들의 내일을 밝힐 큰 힘이 된다는 것이 느껴졌다.

글쓰기 정말 힘들다. 그렇지만 글쓰기가 재미있고 어느 순간 글이 내 뜻대로 좀 잘 써지는 날은 묘한 성취감이 있다. 달리기를 하는 이유와도 비슷하다. 달리기를 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그저 달리지 않았을 때 보다 달렸을 때가 더 기분이 좋기 때문이다. 7명의 에세이스트가 매주 토요일 잠자리에 들기 전 내일을 기대하는 마음가짐과 설렘도 이와 비슷했을까. 이들이 누구도 강요하지도 않은 고난의 길을 기꺼이 갈 수 있었던 이유는 결국 '함께' 했기 때문이다. 타이트하게 이루어졌던 출간 작업들도, 책을 홍보하는 일도, 한 분이라도 더 정성 들여 추천사에 모시려는 노력들이 결코 외롭지 않았던 것은 믿음이란 가치를 서로의 가슴속에 아로새겼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개인적으로 7인의 에세이스트와 같은 모임에 속해 있다는 것이 새삼 영광스럽다. 소위 말하는 마스터피스를 집대성하리라는 욕심에서 글을 쓴 적은 한 번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다. 그러나 글쓰기를 대하는 마음가짐이나 앞으로도 꾸준하게 글을 쓰려고 하는 사람들과 계속 마주할 수 있다는 것. 글을 대하는 태도와 일일이 다 형언하기 어려운 사사로운 감정의 파편들까지도 이들이라면 함께 이해해 줄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물씬 느껴진 책을 읽어 마음이 한껏 풍요롭다. 2025년이 저물어가는 요즘. 어제를 딛고 오늘을 채워 내일을 아름답게 수놓을 사람들을 위한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이 그들의 마음속을 잔잔한 윤슬로 물들일 수 있음을 감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