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의 규칙』을 읽고

규칙은 지키라고 있는 거야. 게다가 우리 손으로 만들었다면야 더더욱.

by 홍윤표

『오리의 규칙』도입부를 읽고 나니 왜인지 모르게 집에 있는데도 학교에 출근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 같은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매일 마주하는 일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새치기하는 아이, 그걸 제지하는 똑 부러지는 아이, 그 둘 사이에서 눈치 보는 아이, 동조하는 아이. 그들의 여러 가지 각종 민원(?)을 가장 손쉽게 해결하는 것은 바로 다름 아닌 '학급 규칙'이다. 그래서 3월 학기 초 담임선생님들이 가장 많이 신경 쓰는 부분 중 하나가 '규칙 만들기'이다.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모아 규칙을 만들고 그 규칙을 꾸준히 준수하게 하는 것. 이것이 바로 한 해살이의 첩경이자 문제 해결의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이는 극 중에 나오는 1~2학년 아이들에게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다. 세상이란 학교에 입학 전 실제로 학교에서 필수적으로 배워두어야 추후에 차근차근 사회정서능력이 향상되기 때문이다.

2학년 3반 '오리 궁둥이' 준오와 '오리 입' 나리는 오늘도 규칙을 사이에 두고 대척점에 서 있다.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어 하는 준오를 똑순이 나리가 그냥 두고 볼리가 없다. 현장체험학습에서 만나 오리 깃털을 함부로 만지려는 준오 그리고 그를 제지하려는 나리 둘 다 마법에 걸려 그만 오리가 되어 버린 데에서 갈등이 시작된다. 오늘 안에 무사히 집에 가야 하는데 이 몸으로는 도저히 갈 수가 없는 상황. 게다가 저 멀리서 대장 오리가 자신의 부하들을 이끌고 못마땅한 상태로 다가온다.

사정을 들은 오리 대장은 본인들을 '무지개 호수 오리단'으로 소개하며 정해진 규칙을 잘 준수하면 정식 멤버로 들여보내 주겠다 한다. 오리 세계에서 조차 '규칙'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학을 띤 준오는 단단히 뿔이 났다.

뭐 달리 뾰족한 수가 없던 나리와 준오는 오리 대장이 시키는 대로 하긴 했지만 못마땅한 기분은 도저히 풀리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오리 공연이 계획되어 있던 시간, 준오와 나리는 여기에서도 각자 할 말과 할 일을 하느라 티격태격했고 공연은 엉망이 되었다.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한 오리 대장은 무시무시한 부리로 준오를 공격하려고 하는 그 순간. 나리가 용감히 그 순간을 막아낸다.

'학교 폭력은 절대 안 된다', '규칙은 지키라고 있는 법'과 같은 교훈이 등장하는 부분에서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학교에서 문제 행동과 관련된 각종 연수, 교육청 주관으로 운영되는 여러 가지 학교 폭력 예방 공모전, 상담 코칭 프로그램을 받아보기도 했지만 결국에 학생들에게 가장 손쉽게 이러한 메시지가 전달되는 연결고리는 '책'이라는 사실 말이다. 민주적이고 원만한 학급 경영과 단호하지만 친절한 교사상에서 간극을 메우고 균형을 잡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오리의 규칙』은 다소 판타지에 가깝지만 학생들의 시선에서 보고 느낄 만한 교훈만큼은 대단히 현실적으로 반영되어 있다는 측면이 인상적이었다.

김준오! 이나리! 의 이름 끝자를 합치니 '오리'가 되고 티격태격하기만 했던 두 학생이 힙을 합쳐 문제 상황을 슬기롭게 해결한다는 콘셉트가 유머러스하고 재미있다. 무릇 동화는 교훈과 재치가 그 합이 맞아떨어질 때 독자들에게 어필하는 요소가 극대화된다고 생각하는데 그에 제대로 부합하는 동화가 아닐까 싶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작가에게 있어 '무지개'가 하나의 페르소나가 아닌가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작에도 무지개가 빠짐없이 등장하며 이번 동화에서도 호수 이름이 '무지개 호수'인 것을 보아하니 말이다. 일곱 빛깔이 저마다의 매력을 가지면서 한데 뭉쳐 있을 때 무지개 빛을 발하듯이 학생들이 각자의 빛깔을 교실에서 마음껏 펼치기 위해선 제대로 뭉칠 때도 필요하다는 것을 교사로서 잘 알려줘야겠다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