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사람에게 외식은 일종의 과업이자 도전이다. 집에서 먹일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기 때문이다. 턱받이, 물통, 유아용 식기, 물티슈 등 밥 한번 먹는데 필요한 준비물이 너무나 많다. 둘만 있을 땐 맛집에 가서 맛있게 먹고 돌아서면 그만이었지만 부모로서의 외식은 그야말로 '넘사벽'이다.
이렇게 철저하게 세팅을 해도 아이들이 먹지 않는 메뉴이면 곤란하다. 그래서 우리 부부가 자주 아이들을 데리고 방문하는 곳은 한정식집이다. 일단 고깃집처럼 불을 쓰는 일이 없어 위험요소가 적고 나물이나 샐러드, 생선 요리가 나오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되도록 균형 잡힌 식사를 시도하기 용이하다. 그리고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아이들이 좋아하기에 방문하는 데까지는 문제가 없다.
자 그럼 이제 음식을 먹일 차례다. 아기 의자가 준비되어 있으니 앉힌 후에 조심스레 밥과 반찬을 먹인다. 그러나 이는 불과 5분이 채 못 갈 때가 많다. 부모들은 안다. 아이들이 아기 의자에 앉아있기 싫어한다는 것을. 16개월인 둘째는 벌써부터 나를 안으라고 계속 손짓을 건넨다. 일단 내 무르팍에 앉혀놓고 밥을 같이 먹는다. 불과 1년 전 첫째도 똑같이 내가 식사하던 패턴이다. 밥과 반찬의 향연으로 옷이 여러 가지 색으로 물든다. 그래도 음식을 먹을 수만 있을 때 얼른 먹어둬야 한다. 유효시간이 얼마 안 되기 때문이다.
나는 이때도 둘째를 안고 서서 먹고 있었다
10분남짓 지나면 무르팍에서 온몸을 비트는 아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난 아직 반도 안 먹었는데 자기는 이런 상태로 음식을 먹을 수 없단다. 그럼 결국 최후의 방법은 서서 먹는 것이다. 처음에는 아기를 안고 서서 음식 먹는 것이 괜히 유난 부리는 것 같아 신체적 어려움보다 심리적 어려움을 더 겪었다. 그러나 자주 서서 먹다 보니 요령이 생겼고 이제는 밥 한 그릇 뚝딱 서서 먹을 수 있다. 2년 전에는 첫째를, 1년 전부터는 둘째를 그렇게 팔꿈치에 끼우고 서서 식사를 하다 보니 어느새 서서 먹기의 달인이 된 것이다.
얼마 전부터는 소위 '가든'이라고 불리는 고깃집에서 돼지갈비를 먹는 것을 시도하고 있고 아이들의 반응도 꽤 좋아 자주 이용할 생각이다. 36개월이 다 되어가는 첫째는 일반 의자에 앉아 개인 접시와 식기를 갖고 혼자 식사가 가능하다. 16개월인 둘째는 아직도 내가 품에 끼우고 식사를 하는 편인데, 그래도 전에 비해서 서서 먹는 빈도가 조금 줄었다. 계절이 몇 번 더 바뀌면 내 몸이 좀 더 홀가분해질 것 같은 느낌이다.
'아, 서서 먹기의 달인으로 생활의 달인에 출연하려고 했는데'
그 기회가 점점 줄어가는 게 아쉽지만 한편으론 나도 이제야 좀 사람답게 밥을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되는 나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