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에세이 챌린지]27. 외롭지 않게 하소서

적어도 키즈카페에서 만큼은 외롭지 않아야 하지 않음?

by 홍윤표

육아 대디의 금요일 퇴근길은 설렘 반, 걱정 반이 공존하는 오묘한 시간이다. 주말 동안 직장에서의 업무는 완벽하게 'off'할 수 있지만, 우리 아이들과 어떤 시간을 보내줘야 의미 있을까 고민을 'on' 해야 하기 때문이다. 1주일 내내 어린이집에서 6-7시간씩 열심히 공부한 보답으로 재미있는 추억을 선물로 주고 싶다. 그래서 선택한 것은 집 앞 근처 키즈카페이다.

키즈 카페의 좋은 점은 집에서 제공해 줄 수 없는 수많은 신체놀이도구와 쾌적함일 것이다. 집에 아무리 많은 장난감이 있다 해도 키즈카페의 양과 시설의 크기를 뛰어넘기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아들, 딸은 병원놀이, 주차장 안내요원 놀이, 소방관 놀이 등의 역할놀이를 마음껏 할 수 있어 좋아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우리 부부는 아들, 딸의 부모, 손님, 집사, 환자 등이 되어 열심히 놀아주고 있었다.

그런데 공주 옷을 입은 5,6살 되어 보이는 아이가 우리 가족을 졸졸 쫓아오면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 아가들의 나이와 이름을 묻고 다가와서 하나씩 챙겨주려는 모습이 예뻐서 같이 데리고 놀았다. 아이가 동생이 없어서 혼자 노는 듯하여 안쓰럽기도 하고 누나로부터 우리 아이들도 배울 수 있는 점이 있겠지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의 태도가 거칠어지고 자기 고집을 부리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나에게 옷을 벗어보라는 둥의 엉뚱한 이야기를 하길래 마지못해

'너희 엄마와 시간을 좀 보내고 와줄래?' 하고 보냈다.


그렇게 1시간 무렵 되었을까. 잠깐 쉬는 시간을 가질 겸 우리 테이블에 도착했는데 우리 바로 뒤 테이블로 공주옷 그 여자아이가 왔다. 자기 엄마랑 이모가 있는 테이블인 모양이다. 자기 애가 혼자 외롭게 있는데 좀 놀아주지라는 생각을 하며 무슨 이야기를 그리 열심히 하나 들어보았다. 다이어트 이야기, 드라마 이야기, 문신 이야기 등 주제가 가지각색이다.


어느 정도 쉬고 나서 30분만 더 놀고 집에 가야지 하는 동안 공주님은 계속 우리 가족을 갈구했고 결국 와이프가 단호하게 얘기한 끝에 공주님은 우리 곁을 떠났다. 그리고 우리 가족이 키즈카페를 떠날 때까지 공주님의 엄마와 이모는 테이블에서 자리를 뜨지 않았다.

뭔가 많은 것이 머릿속으로 지나갔지만 하나로 정리하기 어려운 시간이었다. 공주 아이가 안타까웠던 것은 맞지만 우리 아이 챙기기 바쁜 와중에 함께 챙길 여력은 없었다. 분명한 건 공주 아이의 부모님과 이모는 우리가 아기를 기르는 방식과 달랐다. 가장 신나는 하루를 보내야 할 곳에서 외로워하는 아이를 보는 것은 유쾌한 기분은 아니다.


외롭지 않게 하소서, 적어도 키즈카페에서만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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