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는 데, 카톡이 울린다. 와이프가 보낸 메시지다. 열어보니 사진 파일이 연거푸 5~6개씩 날아온다. 우리 아기들 모습이긴 한데 가만 보니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다. 유아용 식기도구가 보이길래 이른 저녁을 먹고 있나 보다 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먹는 게 아니라 뭔가를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 알고 보니 식빵으로 피자를 만들고 있는 것이었다.
식빵에 숟가락으로 토마토소스를 바르고 잘게 준비된 각종 야채와 햄, 치즈 토핑을 올리는 모습은 영락없는 요리사다. 16개월밖에 안된 딸은 소근육이 우선적으로 발달해서 그런지 32개월인 오빠와 피자 만들기를 곧잘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비가 와서 딱히 할 게 없었던 날이다 보니 집에서 피자 만들기는 더할 나위 없이 탁월한 활동이었다. 역시 우리 와이프의 기획 능력은 알아줘야 한다.
만날 우리 아이들 밥상 차리고 먹인 다음 뒷정리만 해봤지, 직접 우리 아이들이 차린 밥상을 받아볼 줄은 몰랐다. 이게 아빠가 자식에게 느끼는 감동이라는 것이구나라고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다. 물론 99%는 와이프가 만들고 차린 것이긴 하겠지만 꼬꼬마들이 1%의 지분이라도 동참했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가.
밖에서 사 먹는 프랜차이즈 피자보다 훨씬 맛있게 잘 먹었다.
갑자기 꽤 오래전 밈(Meme)으로 인터넷에서 떠돌아다니던 장면이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저 때는 그냥 단순히 웃기다고 만 생각했었는데 부모가 되고 나니 의뢰인 가족의 아버지의 심정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육아가 고되고 힘들지만 오늘같이 힐링되는 포인트가 종종 존재하기에 또 내일을 준비할 수 있는 힘을 얻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