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에세이 챌린지]36. 청개구리

안 고마워, 안 반갑습니다, 안 사랑해

by 홍윤표

요즘 첫째가 부쩍 청개구리 놀이에 빠졌다. 노래 가사를 듣거나 이야기 속 등장인물이 하는 말을 열심히 따라 하다가 배시시 웃더니 '안'이란 부정어를 은근슬쩍 집어넣는다. 그러면서 엄마와 아빠의 반응을 살핀다. 우리 부부는 활짝 웃으면서 '안'이라는 단어를 그런 식으로 사용하면 안 된다고 알려준다. 어디서 부정어 '안'을 쓰는 것을 배워 왔을까. 우리 부부가 자주 쓰는 표현도 아닌데. 추측건대 어린이집에서 형이나 누나들이 저런 식으로 청개구리처럼 '안'이라는 단어를 자주 붙여서 사용하는 모양이었다. 교사로서 어린이집 선생님들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전하고 싶은 부끄러운 순간이었다.


실은 아들은 말뿐만 아니라 요즘 부쩍 하기 싫은 것이 늘어난 상황이다. 우리 아들과 와이프는 매일매일 최소 3번은 1:1로 기싸움을 한다. 밥 먹기 전에, 씻기 전에 , 그리고 밤에 잠들기 전. 아빠로서 옆에서 관찰자가 되거나 와이프의 조력자가 되긴 하지만, 둘째를 케어하기 바쁘다 보니 와이프처럼 인내심을 갖고 상황을 지켜보지 못하는 편이다. 그래서 매일 눈치껏 상황이 얼른 종료되기를 바라며 아예 안 보이고 안 들리는 것처럼 행동한다.


나는 조금이라도 첫째가 내 뜻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바로잡으려고 피드백을 즉각적으로 하는 편인데 와이프는 언성 한 번 높이는 법이 없다. 끝까지 한결같은 톤과 메시지로 첫째를 설득해서 자기 뜻대로 움직이게 만든다. 그런 점에서 나는 와이프에 비해 육아 스킬이 많이 모자란 편이다. 그런 나에게도 한 가지 인내심을 갖고 기다릴 수 있는 것이 바로 아들의 부정어 쓰기 능력이다. 그냥 언어가 발달하고 있는 지극히 당연한 과정으로 너그러이 받아들일 수 있지 않나.


혹시 모든 말에 '안'을 붙이는지 실험해 보려고 부정적인 표현을 은근슬쩍 제시해 보았다.


'지우야, 우리 지우 안 못생겼지?'

그럼 아들은 또 배시시 웃으며 이렇게 말한다


'흐흐흐, 못생긴 거 같은데'


그럼 나는 와이프 옆에서 듣고 이렇게 말한다.


'여보, 우리 아들 나 닮아서 문돌이야.

나중에 말로 흥하거나 말로 탈 많게 살 수도 있겠어. 흐흐흐'

청개구리 놀이도 다 한때겠거니, 안 할래라고 떼쓰는 것도 모두 다 일련의 성장 과정이라고 믿고 기다리는 연습을 차근차근해 나가야겠다. '아이들이 당신 말을 듣지 않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그 아이들이 항상 당신을 보고 있음을 걱정하라'는 로버트 풀검의 말처럼, 부모로서 아이에게 등불이자 거울의 역할을 언제 어디서든 수행하고 있음을 인지하도록 해야겠다. 휴우, 난 직장에서도 아이들의 등불, 집에서도 아들, 딸의 본보기니 긴장 늦추지 말고 살라는 이야기구나.


'그래서 아들은 엄마, 아빠 사랑해?'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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