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에세이 챌린지]42. 복날엔 태국음식을

삼계탕보다 팟타이가 더 먹고 싶었던 오늘

by 홍윤표

오늘부터 여름방학이다. 학교에 출근하지 않고 학생들을 마주하지 않는 날이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다음 주 월요일부터 아들, 딸 어린이집 방학이라 마냥 여유롭지많은 않다. 또한 다음 주부터 2주간 영어캠프 강사로써 매일 4시간씩 원어민 강사와 함께 학생들을 가르친다. 실질적으로 오늘이 방학 같은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인 셈이다. 때마침 복날이기도 해서 우리 부부는 무엇을 먹으며 몸보신을 할지 고민했다. 이 한 끼는 여러모로 우리에게 있어 아주 소중한 시간이기에 허투루 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심 끝에 방문한 곳은 인근에 새로 오픈한 작은 태국 음식점이다. 우리 부부는 모두 '태국'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갖고 있다. 와이프와 나는 여행 스타일이 휴양이나 관광이 목적이 아니라 '적응'이 우선이다. 그래서 여행할 때 되도록이면 현지인들의 일상생활 패턴대로 살아보려고 하는 편이다. 그래서 태국에서도 버스와 BRT 지하철 위주로 다니고 현지인들이 아침식사하는 곳을 굳이 찾아가 먹었다. 쇼핑도 기념품이나 면세점보다는 현지인들의 마트를 찾는 게 우선이며 영어보다 서툴지만 현지어를 어떻게든 쓰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태국 가정식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 마련이고, 검색해 보니 태국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쿠킹 클래스가 있어 바로 예약 후 달려갔다. 물론 현지 적응을 위해 SRT와 도보만을 이용해서 말이다. 가서 직접 시장에 가서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소스와 식재료를 사는 일련의 과정이 수년이 지난 지금에야 생생하게 기억난다. 내 이름이 HYP라 하니 계속 나를 미스터 JYP라고 했던 유쾌한 가이드, 세계 각국에서 음식문화를 배우러 온 같은 반 학우들, 취사병 출신이라 칼질을 어느 정도 하자 놀란 주변 사람들의 반응 등 하나하나 고스란히 떠올랐다. 와이프랑 정신없이 태국얘기를 하고 있을 무렵, 우리가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우리는 쏨땀, 팟타이, 푸팟퐁카레 등 한국인이 좋아하는 태국 음식 위주로 주문했다. 그리고 태국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타이거 맥주도 함께 곁들였다. 오늘 한낮의 날씨는 태국의 그것과도 충분히 비견되리만큼 더웠기 때문에 맥주 한 잔은 선물 같은 것이었다. 음식은 더할 나위 없이 근사했고 태국음식 특유의 이국적인 맛을 고스란히 간직했다. 고수 러버인 나로서는 한 움큼 더 곁들였으면 좋았겠지만 와이프가 '마이 싸이 팍치'를 외칠 수 있어 자제했다.

쿠킹 클래스에서 만든 팟 타이

그렇게 우리는 폭풍 식사를 마치고 아이들 크면 태국에 꼭 다시 한번 여행을 가자고 다짐했다. 아쉽게도 그땐 우리가 별로 추구해 본 적 없는 '휴양'이나 '관광'을 테마로 해서 여행 계획을 짜야할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태국은 휴양 인프라가 아주 우수하기 때문에 한국인들이 너도나도 많이 찾고 만족해하는 곳이다. 어쩌면 아이들 덕분에 우리의 여행 관점이 180도 바뀔지도 모를 일이다.

어찌 되었건 그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일단 2시간 뒤 애들 하원 준비부터 해야 한다. 낮잠 한숨 자면서 태국 꿈을 꾸기를 기도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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