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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또 보고

내가 몰래 응원한 유튜버들이 점점 잘되가기 시작할때,

by 홍윤표

'그거 본 건데 또 보고 있어?'

와이프가 내게 묻는다


'응, 그냥 재미있잖아'

나는 수십년째 이 멘트를 하고 있다

옛날엔 부모님에게, 지금은 와이프에게


영화나 드라마를 다양하게 보는 편은 아니지만

한 번 재미있게 본 건 수십번을 돌려보는 버릇이 있다. 만화도 한 번 꽂힌건 등장인물의 대사와 동작은 물론, 추임새까지 외울정도로 돌려보곤 했다. 어른이 되어서도 그 습관은 여전히 남아

지난주보던 무한도전 보며 라면을 먹거나, 맥주 한잔 하면서 '신세계' 리뷰를 보곤 한다. 덕분에 난 묻지않아도 다 말할수 있다. 노홍철이 정준하의 무슨색 꼬리를 잡았는지, 정청이는 왜 2012년에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월병을 던졌는지.


시간은 흘러 어느덧 두 아이의 아빠가 된 나는 예전처럼 오롯이 1시간 이상 되는 영상을 집중해서 보기 어려워졌다. 잠깐의 짬이 나도 아이들 먹은거 설거지하랴, 분리수거하고 젖병 소독 및 열탕하랴 해야할 것을 해야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윽고 찾아온 육퇴. 30분 넘는 콘텐츠에 집중할만큼의 역량이 남아있지 않은 요즘 나는 10분남짓 한 유튜브 컨텐츠 찾기에 빠져있다. 주로 내가 좋아하는 먹방,술방 왠만하면 술먹방.


소주 한병 원샷하거나 지나치게 음식을 많이 먹는 영상은 자극적이라 잘 챙겨보지 않는 편이다. 유튜버 혼자 카메라 들고 자기가 먹고 싶은거 소소히 먹고 마시는 영상을 주로 본다. 그러다보니 그들의 조회수와 구독자수는 그리 많지 않은 편. 한번 마음에 든 영상은 수십번씩 보는 나이기에 그들의 조회수에 조금이라도 일조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청하던 어느날. 그들이 어느새 수만명의 구독자가 되어 있는게 아닌가.


분명 지난주까지 조회수도 몇 만이었던 그들이

며칠새에 10~20만 영상은 기본, 심지어 80~90만 조회수가 찍히기 시작했다. 마음속으로 응원하던 힘이 그들에게 닿았던 것일까. 문득 비단 이런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거 봤던건데 또 봐??'


전국 어디선가 나랑 비슷한 습관을 가진 이들이여

오늘도 보고 또 보고를 열심히 실천할 이들이여 나처럼 본거 또 그냥 asmr처럼 틀어놓고

딴 짓을 하고 있을 거 알고 있습니다.

그게 만화책이 되었던 드라마가 되었던

내가 좋고 힐링이 된다면 그만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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