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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미라클 모닝

by 홍윤표

미라클 모닝이라는게 유행이란다. 누구보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효과가 있다고 하여 많은 사람들이 시도하고 성공담을 공유한다고 한다. 보통 4,5시에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하곤 하는 모양이다. 나도 미라클 모닝을 근 1주정도 지속중이다. 물론 남들과 다른 점이 한 가지 있다. 자발적인 것은 아니라는거.


6개월된 딸과 22개월된 아들이 여름철 유행병인 수족구병에 걸렸다. 수족구병이란 말그대로 손,발,입에 트러블이 생기고 수포가 발진하여 터지는 바이러스성 질병이다. 말도 제대로 못하는 우리 애기들은 굳이 유행성 질병은 트렌디하게 따라가며 고생중이다. 이 병 덕분에 아빠인 나는 3시,4시 구별없이 울면 기상하여 달래준다


다행히 아이들이 차도가 생겨 눈에 띄게 피부트러블도 사라지고 약 복용이 필요없어지게 되어 막바지여름을 즐기고자 휴가를 떠난 요 며칠,

새벽 기상에 익숙해진탓인지, 갑자기 바뀐 잠자리가 뒤숭숭했는지 모르겠으나 아이들은 여전히 3,4시에 기상했다


어르고 달래다 보면 누구 하나라도 자야하니

먼저 일어난 아가를 데리고 무작정 밖으로 나가 산책을 한다. 새벽녘에 나가면 맞이하는건 칠흙같은 어둠과 밤새 우는 벌레들, 그리고 모기들이지만 묘하게 그들의 존재 자체가 나를 덜 외롭게하는거 같아 동행을 허락하는 편이다.


그렇게 동이틀 무렵인 6시반까지 기저귀 갈고 응아닦아주고 안아주고 분유 먹이고 소화시키다 보면 아가는 잠이든다. 미라클 모닝을 성공한 후 얻는 보상은 아이러니하게도 다시 청하는 쪽잠이다

뭐 어찌되었던 간에 한 생명을 보살피고 건강하게 성장하게끔 노력했음에 감사하는 아침이다. 내가 행한 육아가 누군가에게는 꿈에도 그릴 '미라클'임을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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