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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상어는 좋겠다

by 홍윤표

우리 첫째 아들은 돌 지나고 나서부터 아기 상어를 너무 사랑한다. 처음에는 아기 상어 노래를 듣고 해맑게 웃는 정도였는데 두 돌이 가까워오는 요즘은

정말 푹 빠져서 하루가 아기 상어로 완전 꽉 차있을 정도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아기 상어 동요를 들으면서 춤을 춘다.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아기라는 단어를 아기 상어를 통해 배웠다. 아기 상어 수저와 그릇에 아침을 먹고 아기 상어 칫솔과 치약으로 양치를 한다. 아기 상어 물놀이 세트와 함께 욕조에서 깨끗하게 씻고 아기 상어 슬리퍼를 신는다. 비가 오는 날이면 아기 상어 우산을 쓰고 색칠공부도 아기 상어 소파에 앉아서 한다.


우리 아들이 갖고 있는 굿즈만 해도 하루가 꽉 찰 정도이지만 그 외에도 수십 가지가 넘는 아기 상어 용품이 시중에 팔리고 있다. 너무 심하게 빠져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다 되면 어쩌지라는 우려와 그래도 무언가 취향이 벌써부터 존재하는 것이 어디냐라는 사이에서 저울질하는 요즘. 어떤 스탠스를 갖고 밸런스를 유지해야 할지가 제일 고민이다.

뭐 어찌 되었건 아기가 한 가지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몰입하는 과정 자체를 긍정적으로 보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집에서만 아기 상어 콘텐츠에 빠져있을 뿐 밖에서는 일절 관심이 없다는 것. 식당이나 카페에서 음식에 집중할 줄 알고 놀이터나 공원에서 친구들 하나하나 인사할 줄 아는 아들이 그저 대견스러울 뿐.


이 글을 쓰는 오늘도 아들, 딸 데리고 키즈카페도 다녀오고 삼시세끼 다 해먹이고 씻기고 재운 뒤 쓰는 글이다. 아기 상어 꿈을 꾸며 새근새근 꿈나라에 가 있을 아이들을 생각하며 드디어 우리 부부가 보고 싶은 콘텐츠를 검색한다. 오늘 하루도 잘 살았다 뚜루루 뚜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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