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에세이 챌린지]61. 인국공

3년 반 만에 인천국제공항 방문, 그런데 여권을 집에 두고 간다?

by 홍윤표

8월 중순 광복절을 기점으로 우리 가족은 제주도를 다녀오기로 계획을 잡았다. 제주도발 비행기는 사실 김포공항에서 출발하지만 아이들에게 공항이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 경험을 시켜주고 싶어 인천국제공항을 방문했다. 2020년 1월,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 베트남의 다낭 여행을 끝으로 3년 반 만에 찾은 인천국제공항은 역시나 3층 출발동부터 우리 부부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다. 어차피 임신, 출산, 육아로 해외여행은 무리라며 인천국제공항은 앞으로도 최소 1년은 더 올일이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이렇게 탑승수속 현장을 눈으로 마주하니 기분이 묘했다. 여권을 집에 두고 그냥 맨 몸으로 왔는데도 말이다.

세계 1위의 시설과 서비스를 자랑하는 인천국제공항답게 공항 내부는 아주 쾌적했고 직원들은 모두 하나같이 친절하고 상냥했다. 화장실과 수유실, 식당이 어디냐고 물어보면 과분할 정도로 자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신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도 처음 보는 공항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또한 짐을 올려놓는 카트와 안내 표지판 곳곳에 우리 아이들의 최애 캐릭터인 '상어 가족'이 자리 잡고 있어 아이들이 매우 좋아했다.

"음, 비행기 타는 곳에는 핑크퐁 친구들이 살고 있구나"

"그래, 지우야. 핑크퐁 친구들이 산다는 것은 비행기 타는 곳이 좋은 것이라는 거야"

"음. 그래. 그렇구나~"

낯선 상황과 장소를 누구보다 경계하고 자기 성에 찰 때까지 관찰해야 직성이 풀리는 아들의 마음에 빗장이 서서히 빗겨지는 순간이었다. 상어 가족 고마워요.

탑승 수속을 밟지 않았으니 당연히 3층 탑승동 안에 들어갈 수 없었다. 다만 창문 너머에서 만이라도 면세점, 라운지 등이 자리하고 있는 탑승동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그곳을 지나면 비행기가 이착륙하는 비행장이 있어 우리 가족은 그곳을 구경하기로 했다. 그 와 중에 천상 도시여자인 둘째는 면세점 옥외 광고판의 화려함에 흠뻑 취해 발길을 오랫동안 멈추었다. 평생 태어나서 L사, P사, H사 등의 고급 명품을 경험해 본 적도 없으면서 본능적으로 그것들이 주는 매력을 받아들이는 모양새였다. 같은 배에서 태어났지만 정말 아들과 딸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와이프의 말에 십분 공감하는 순간이었다.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그렇게 멀리서나마 바라본 비행장을 보니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근 5년간의 연애 동안 나름 우리 부부는 짧게는 동남아로, 길게는 유럽으로 짬을 내서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이 주는 장점은 사람마다 다양하겠으나 우리 부부에게 있어 여행이란 앞으로 더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를 쉽게 찾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여행을 통해서 앞으로 더 이런 여행을 꾸준하게 누리고 싶다, 그러려면 돈이 필요하니 앞으로 더 열심히 일해야지라는 것이다. 두 아이의 아빠가 된 지금, 여행에 대한 생각은 그저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셋째도 안전일 뿐 별 다른 생각이 없다. 오늘 이렇게 사전 답사를 다녀온 것도 비행기 안에서 아이들이 긴장하지 않고 고 안전하게 탑승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온 것이 아니겠는가.

다행히 우리 예민 보스 첫째는 비행기를 너무 좋아했고 곧 있을 비행기 탑승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리고 헤이지니 콘텐츠와 TV유치원 하나 둘 셋을 통해 사전에 습득한 비행기 안에서 지켜야 할 예절을 하나둘씩 꺼내놓기 시작했다. 아들은 비행기 안에서는 함부로 방귀를 뀌면 안 된다, 비행기 안에서 큰 소리로 이야기하면 안 된다 등의 에티켓을 아빠에게 지속적으로 주입하며 비행기들이 이동하는 모습을 감상했다. 그리고 그 옆에서 둘째는 공항의 대리석 바닥과 철제 기둥이 시원해서 마음에 들었는지 계속 드러눕기를 반복했다. 이만하면 되었다 싶어 아이들과 간단하게 간식을 먹고 그렇게 공항 사전 답사를 마무리했다.


아, 이제 정말 가기만 하면 된다. 아가들아 좀 더 커서 다음에는 우리 꼭 여기 다시 오자, 여권 챙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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