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윤표 Aug 12. 2023

길 잃은 영혼

Make a trade!! Make a trade!!

영화 '소울'을 학생들과 영어 캠프 마지막 날 시청했다.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에게 시사하는 점이 많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꿈을 좇아 매진하는 주인공의 모습과 그렇지 못한 현실 사이의 괴리는 늘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학생들의 모습과 많이 닮았다. 사실 교사로서 '진로교육' 수업을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도 하고 있지만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따라온다. 과연 학생들의 꿈이 무엇인지 물어보고 조사하라고 하는 자격이 내게 있을까 싶은 것이다. 왜냐하면 스스로 생각하기에 온전하고 제대로 된 인생을 살고 있냐고 묻는다면 그 대답은 'No' 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22라는 영혼을 설득하는 장면에 보기만 해도 징그러운 괴생명체를 마주하게 된다. '길 잃은 영혼'이라는 생명체인데 육신은 분명 살아있으나 삶에 대한 방향성과 목표에 대한 의식이 없고 온전히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하는 사람들을 표현한 것이다. 그 한 예로 '헤지펀드 트레이더'를 구제해 주는 장면이 나온다. 오로지 '수익 창출'을 위해 하루종일 차트와 캔들만을 바라보는 사람이 시간 낭비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자각하고 곧바로 퇴사하는 모습에서 묘한 자극을 받았다.

"나는 과연 제대로 살고 있는 게 맞을까?"


'소울'에서 22라는 영혼은 인간으로 살아보고자 하는 욕망이 전혀 없었지만 우연한 기회로 인간의 삶을 살아본 후로 삶에 대한 욕망이 솟구치기 시작한다. 그렇게 22를 자극한 것은 우리가 흔히 바라는 부와 명예가 아니다. 그저 상쾌한 공기와 날씨, 먹던 베이글 조각, 나뭇잎 하나 등이 전부이다. 일상에서 잠시 스쳐 지나가는 찰나조차도 살아가는 즐거움과 에너지를 선사할 수 있음을 너무 잊고 살았다며 반성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아들, 딸에게도 부모는 느낄 수 없는 그들만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순간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비 오는 날의 공기와 냄새, 물 한 방울이 주는 자극들을 마음껏 즐기는 아이들의 모습. 난 그 속에서 아이들이 비에 젖지 않게 계속 우산을 쓰길 강요했고, 어린이집에 늦지 않게 등교를 종용하지 않았는가. 그게 뭐라고.


"그래, 결국은 삶은 하루하루의 즐거움과 기쁨 그 순간이 그저 중요한 거야. 목표나 목적이 없으면 어때."


매거진의 이전글 급발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