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에세이 챌린지] 57. 트롤 짓

아~ 트롤 없으면 재미없는데~!! 트롤 만들어 주시면 안 돼요?

by 홍윤표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체육 활동 중 하나는 '피구'이다. 아마 대부분의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체육 시간에 피구 활동을 진행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신체 능력을 발휘하기 다소 어려운 학생들도 피하는 데 집중하면 되므로 가능한 한 모든 학생이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공의 개수를 달리 한다던지, 아이템을 제공한다던지의 변형 피구를 하게 되면 흥미는 배가 되기 때문에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게임이다. 3~4학년 정도까지는 정말 땀을 뻘뻘 흘리면서 피구 게임이 지향하는 목적과 가치관에 부합하는 행동을 해주지만 5~6학년 되면 생각지도 못한 전술과 전략을 활용하는 학생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자발적으로 늘 시합 전에 이렇게 질문을 한다.


"선생님, 트롤 해도 돼요? 트롤 있어요?"

"트롤 짓 하고 싶으면 해도 되긴 하는데... 그렇게 하면 과연 너희 팀에 도움이 될까?"

"전 트롤 짓 해서 피구하는 거 더 잘해요!!"

"그래 그럼 굳이 선생님이 말리지 않을게요."

캡처.PNG 출처 : https://donbada.tistory.com/1916


학생들이 피구 게임을 할 때 하는 트롤 짓은 일단 '나 맞춰봐라'이다. 피구 게임이 시작되자마자 트롤 짓을 하고 싶어 하는 친구는 아주 당당하게 공을 든 상대편 친구를 농락한다. 마치 빨리 자기를 아웃시키라는 듯이 도발하거나 약을 올린다. 그럼 아주 당연하게 공을 든 친구는 우리 트롤 이를 아웃시키고 곧이어 자자한 원성이 이어진다.


"아 선생님 쟤 트롤 짓 못하게 해 주시면 안 돼요?? 시작부터 저희 벌써 한 명 죽었어요!!!"

"아마 다 생각이 있어서 그러는 거겠지. 한 번 어떻게 되는지 보자"

피구3.jpg

그렇게 트롤이 된 친구는 사이드라인으로 나가자마자 아주 큰 소리로 자신에게 공을 달라고 외친다. 공을 잡고 던지는 능력이 수준급이다. 정확성과 스피드 모두 '피구왕 통키'의 타이거를 보는 듯하다. 도저히 먼저 아웃이 될 능력이 아닌데 왜 트롤짓을 했을까? 그렇게 한 명 마이너스로 시작한 트롤이 팀은 상대방을 압도적인 점수차로 누르고 세트를 가져갔다. 때마침 수업이 종료되어 학생들에게 쉬는 시간을 부여한 후 아까 트롤을 자처한 친구에게 넌지시 물어보았다.


"아니 우리 ㅇㅇ이는 피구를 이렇게 잘하는 데 왜 먼저 트롤짓하겠다고 했니?"

"저는 사실 안경을 써가지고 코트 안에서 공을 피하는 게 너무 스트레스예요. 먼저 아웃되면 앞으로 상대편이 던지는 공에 맞을 일이 없잖아요."


아. 그렇게 깊은 뜻이. 그래서 같은 편 친구들의 불평불만에도 자신만의 입장을 고수했던 것이구나. 오히려 그게 결과적으로 팀에게 더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었구나. 사회에서도 '선한 사마리아인의 법'이 있듯 학교 현장에서는 '선한 트롤 법'에 대한 이야기를 학생들과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우스꽝스럽고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들도 다 각자의 지혜와 재치가 버무려져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느꼈다.


다른 친구들에게 피해가 되지 않는다면 트롤 인정? 어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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