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쩍 이유식 제조에 재미를 붙이던 시기이다. 이유식 만드는 재료에 따라 아가의 반응이 사뭇 다른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자기가 좋아하지 않는 재료가 조금이라도 들어가면 스푼이 채 입에 들어가기도 전에 혀로 밀어낸다. 이가 나는 과정이 무척 고통스러운지 아기가 잠을 통 잘 못자던 시기이다. 아빠로서 해줄수 있는건 그 고통을 감내한 아들이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게 해주는 것 뿐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 시기다. 한 번 이유식을 만들어 두면 적어도 5~6끼는 걱정이 없다. 남김없이 다 먹이는 것이 중요한 덧이 아니라 분유로 채워지지 않는 다양한 영양소를 조금이라도 섭취하자는 것이 주 목적이다. 육아맘들이 많이 보는 이유식 책에서 적당한 음식을 골라 나름의 '탄.단.지' 로테이션을 설정해 식단을 구성하던 때. 보기보다 스트레스를 많이 요하는 과정이었으나 2023년 요즘, 저 때가 많이 소중했던 추억이란 생각을 많이 한다. 첫째, 둘째 모두 지금은 이유식을 졸업했기 때문이다.
아들이 생후 7-8개월이 되던 무렵, 우리 가족은 처음으로 여행을 떠났다. 장인어른께서 제공해주신 숙박 티켓을 꼭 쥐고 강원도로 향했다. 신기한 점이 하나 있다면 식구가 한 명 늘었을 뿐인데 가져가야할 짐은 산더미라는 것이었다. 기저귀, 젖병, 젖병세척도구, 아기 욕조, 분유, 분유 포트, 유아용 세면도구, 갈아입힐 옷 , 수건, 유모차 등 일일이 세면 셀 수록 챙겨야 할 것이 계속 늘어나는 마법이 일어난 셈이다. 거기다 설렘을 가득 안고 구매한 '유아용 튜브'까지. 리조트 객실은 작고 아담했지만 주변에 이용할 수 있는 시설도 많고 주변 경관이 무엇보다 가족 단위를 대상으로 해서 그런지 아기자기하고 알록달록했다. 다른 부대시설은 아직 우리 아들이 이용하기엔 한참 모자랐기에 물놀이라는 미션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인생 첫 물놀이를 경험한 아들은 세상 신기하다는 표정을 연신 지어보이며 즐거워했다. 모든 오감을 총동원하여 물속에서의 감각은 어떤 것인지 탐색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너무 재미있고 신선했다.
물놀이 이후 아들의 신체에 큰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확실히 허리, 허벅지, 무릎 등의 하체 부분 대근육이 크게 발달했다. 그리하여 오랫동안 친하게 지냈던 '쏘서' 를 반납하고 '위고' 라는 새로운 친구를 만났다. 이 과정은 향후 '보행기'라는 친구를 만나는 데 크게 일조한다. 목욕 할 때도 늘 일어서려고 시도하려는 것을 보니 조만간 걸음마도 시도하겠거니 하며 기대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때마침, 우리 가족에게 또 하나의 축복이 찾아왔다. 와이프는 연년생 터울 여동생이 있는 게 지금까지의 인생을 돌이켜 볼 때 정말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많이 하며 자랐단다. 그래서 우리 아들에게도 나이 차이가 많이 안 나는 동생을 선사해주고 싶다고 했다. 그런 부름이 현실로 다가오는 데에는 다행히 그리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무더운 여름의 한복판에서 연년생 같은 두 살 차, 16개월 차의 동생이 엄마 뱃속에서 모습을 나타냈다.
그렇게 하루 아침에 우리 아들은 '첫째'라는 타이틀을 달게 되었고 수 개월뒤 태어날 동생은 비록 아직 콩알이긴 하나 '복댕이'라는 태명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또 다시 시작된 임산부가 된 아내가 코로나 시국이라는 숙명 아래에서 그저 무탈하게 둘째를 잘 품어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지자체에서 어찌 알고 임산부가 된 아내를 위해 여러가지 필요한 물품을 보내주고 시장의 명의가 찍힌 기념품들이 보내져왔다. 어쩌면 몇 달 뒤에 태어날 둘째를 위해 미리 보낸 선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미 둘째가 우리 가족에게 찾아온 것이 크나큰 선물인데 뭘 이런걸 다. 수십개월 전 콩알이었던 우리 둘째는 이제 어엿한 숙녀가 되어 '달콤 3반 어린이집 원아'라는 타이틀까지 달고 있을 정도로 무럭무럭 성장했다. 결국 변하지 않는 진리는 그것이다. 시간은 흐르고 아가는 자란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