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육아 아재(21년 5월)

도곡2리 주민에서 신도시로 이사하다. 육아의 수월성을 위해서.

by 홍윤표

2021년 5월 첫 주, 6개월가량의 도곡2리 생활을 마무리하고 강 건너 신도시로 이사를 했다. 육아휴직 중이라 지금의 전원생활이 육아하는 데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복직 이후 어린이집을 보내거나, 아기가 아파 병원을 가야 하는 경우 등을 고려해 보았을 때 지금 생활하는 곳의 인프라는 만족스럽지 못하였다. 고심 끝에 도보로 어린이집 등, 하원이 가능하고 마트, 병원, 지하철역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신도시로 생활권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처가댁이 이사하는 곳과 걸어서 10분도 안 되는 거리에 위치해 있어 육아하는 데 수시로 도움을 요청드릴 수 있다는 장점이 무엇보다 크게 작용했다. 2023년 지금, 내가 온전히 밤늦게까지도 와이프 없이도 두 아이를 돌볼 수 있는 기틀을 다지게 된 밑바탕은 이 날에서부터였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2021년 수도권 집값 신드롬에 대해서 대부분 알 것이다. 코로나 19 이후 수도권 집값은 무서운 속도로 올라가기 시작했고 내가 사는 이곳도 그 흐름에 부응하듯 집값이 하루가 다르게 비싸지기 시작했다. 신혼이었던 데다가 와이프 혼자 외벌이를 하고 있었기에 흔히 말하는 영끌을 해서 아파트를 구매할 형편이 되지 못했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인근의 신축 오피스텔을 알아보았고 3인 가족이 육아하면서 보내기에 가장 좋은 조건의 오피스텔을 매매하였다. 복층 구조의 투룸 오피스텔이었고 모든 가전이 풀옵션으로 장만되어 있어 생활하기에 용이했다. 우선 이곳에서 아기가 어느 정도 클 때까지 살다가 경제적 형편이 나아지면 인근 아파트로 이사를 하기로 했고 난 그렇게 하루아침에 '신도시 육아 아재'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처음 2주 정도는 오피스텔의 오전 시간을 육아하며 보내는데 적응하기 어려웠다. 무엇보다도 적응하기 힘들었던 부분은 '고독감'이었다.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전원생활을 하며 아침에 창문 너머로 들리는 새소리로 힐링하고, 점심시간에 인근 맛집 손님들의 시끌벅적한 소리를 들으며 살았다. 그러나 오피스텔의 평일 오전은 그야말로 정적이다. 오히려 약간의 소리가 문 밖 너머로 들리는 것이 수상쩍을 정도였다. 게다가 우리 집 창 밖 뷰는 건물뷰여서 보이는 사물은 오직 창문과 콘크리트 벽뿐이었다. 그래서 아기 낮잠시간을 제외하고는 오전 시간 내내 밖에 나와서 주변을 거닐거나 아예 처가댁으로 가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결혼 이전부터 평생을 도시에서만 살아왔지만 '오피스텔에서의 평일 오전' 시간만큼은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 나를 적응시켜 준 것은 와이프를 비롯한 처가댁 식구들이었다. 홀로 육아하는 나를 애쓴다며 평일 오전에 시간이 될 때마다 점심을 사주시고 아들을 돌봐주셨다. 혼자 있지 말고 차라리 처가댁으로 건너와 드라마라도 같이 보며 수다를 떨자고 먼저 손을 내밀어 주셨고, 오전에 처가댁에 아무도 없어도 내 집처럼 편하게 생활하라고 독려해 주셨다. 와이프도 퇴근 이후에 아예 아들 밤잠 재우기 전까지 같이 저녁 먹고 생활하기를 며칠째 하다 보니 서서히 내 마음을 옥죄었던 외로움과 고독감이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그 이후 나는 완벽히 신도시 육아에 적응했고 다시 육아휴직의 자랑인 평일 오전 시간에 아들과 함께 마음껏 활개 치기 시작했다.


뒤집기를 시작하고 더미타임을 마스터한 아들이 요즈음은 부쩍 기어서 집안 곳곳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아들이 자주 기어가는 스폿에 아기자기한 장난감이나 냉장고에 붙어있는 알록달록한 자석을 놓아주었다. 입에 가져가지만 못하게 하니 총천연색의 색깔을 품은 물건들에 격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아들의 모습에 홀로 감탄하는 순간이 늘어나는 나날이었다. 그렇게 신나게 놀고 나면 아들의 최애 간식인 '떡뻥'을 제공했다. 6개월 때부터 조금씩 주고 있는 데 여러 가지 맛 중에서도 바나나 맛을 제일 좋아한다. 시중의 타사 제품도 제공해 봤지만 '살면서 접한 최초의 떡뻥'이 마음에 들었는지 계속 그것만 먹기를 고집한다. 자신만의 주관이 분명하게 형성이 되고 있다는 사실도 아기를 키우면서 얻게 되는 소중한 산물이라는 것을 또 한 번 느낀다.


분유도 이제 혼자 병째로 잡고 마실 수 있는 걸 보아하니 말로만 듣던 '자기 주도 이유식'을 시작할 때가 된 것 같았다. 그래서 장모님께 이 시기에 제공하면 좋은 이유식을 코치받던 어느 날, 장인어른께서 하얀 봉투를 건네주시는 게 아닌가. 설레는 마음으로 봉투를 열어보니 초대권 1장이 들어있었다. 알고 보니 '알펜시아 리조트 1일 숙박권'이었다.


"아들 키우느라 고생 많았으니
너희도 이제 애 데리고 좀 놀러 다녀라"

장인어른의 말씀이 3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그러고 보니 아기가 곧 200일이기도 하고 별다른 여행이란 것을 한동안 해보지 못했던 우리 부부는 감사한 마음으로 여행을 다녀오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짐을 어떻게 꾸리고 가야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