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첫 육아휴직 체험 (21년 3월)

직장에는 출퇴근이 있지만 육아에는 그런 게 없단다

by 홍윤표

2021년 3월, 인생 첫 육아휴직을 시작했다. 와이프는 분주하게 아침부터 알아서 출근 준비하느라 바쁘고 나는 잠이 덜 깬 몽롱한 상태로 와이프에게 출근 잘하고 오라고 안부인사를 전한다. 그리고 육아일지에 새벽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나름의 기억을 더듬어 본다. 그래도 이제 제법 10시에 자서 5~6시간가량의 통잠을 자기 시작한다. 몇 개월 전보다 생활 패턴이라는 게 나름 생겨가고 있음에 감사했다. 그래야 나도 그만큼 생활 리듬을 유지하고 좀 더 건강한 상태에서 육아를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새벽 4시에 밤 수유하고 20분 정도 소화 시킨 후에 바로 재웠구나. 6시에 잠깐 또 일어나서 80ml 분유 먹이고, 기저귀를 갈았구나 등을 체크한다.와이프가 출근한 사이, 먼저 지난 밤 설거지 해놓은 조리도구들을 찬장과 서랍안에 가지런히 정리한다. 그리고 새벽 수유할 때 썼던 분유통을 깨끗이 씻어 끓는 물에 열탕 소독을 한다. 그 사이 빨랫감을 세탁기에 밀어놓고 빨래를 돌린 다음, 전날 건조대에 널어두었던 세탁물들을 개어 놓는다. 때마침 ‘으앙~’소리를 내며 일어난 아들을 품에 안고 잠에서 깰 수 있도록 충분한 여유를 선사한다.


이정도면 육아 휴직에서 '휴직'이란 단어를 빼야 되지 않나 싶네.
육아 일지인 동시에 우리 부부의 소통 창구가 되어준 노트

생에 첫 육아휴직을 시작한 지 2주 정도 되어가니 아기 키우는 전업주부의 마음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아기가 깨 있을 때는 같이 놀아주고, 아기가 자면 밀린 청소, 빨래, 설거지, 식사 준비 등을 시작한다. 왜냐하면 집안일을 지금 해 놓지 않으면 쫓기는 마음이 들어 아가와 마음 편하게 놀아주지도 못하고, 수시로 쌓이는 집안일을 한번에 해거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이도저도 안되기 때문에 그러기 전에 시간있을 때 차근차근 해야할 일을 해두어야 한다. 그렇게 부지런을 떨다 우연히 내려다 본 창밖. 3월의 봄날은 포근하고 따뜻하기 그지없다. 때마침 낮잠을 깬 아들을 외출복으로 갈아입히고 부랴부랴 산책길을 나선다. 평일 오후 집 앞 천변은 더할나위없이 한산하고 조용하며, 주말마다 관광객으로 북새통을 이루는 두물머리조차도 잔잔하게 흐르고 또 흐르는 모습을 만끽할 수 있다. 그렇게 고요하고 고즈넉함을 음미하는 순간. “으아아아아아~~~~앙”. 아차차 내가 지금 혼자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지. 울고 있는 아들을 부지런히 모시고(?) 다시 집으로 가 오늘의 육아 2차전을 맞이한다.

5개월 차가 되면서 아들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징은 바로 ‘관심이 생겼다는 것’이다. 주변 의 사물과 소리에 호기심을 갖고 반응하며 자신의 손이 닿는 물건은 반드시 손에 쥐었다 폈다 하기도 하고 입에 가져가곤 한다. 이 시기에 아가들에게 적절한 장난감을 제공하는 것이 오감발달에 큰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렇다면 바로 검색해봐야지. 그러던 중 발견한 유레카!

호오. 장난감을 빌려주는 도서관이 있어?

장난감 대여의 좋은 점은 바로 ‘관찰’이다. 주기적으로 아가에게 여러 종류의 장난감을 갖고 놀게 해주면서 어떤 장난감에 가장 흥미가 있는지를 알아볼수 있다는 것이다. 섣불리 비싸고 큰 장난감을 사줬는데 쳐다도 안보는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고나 할까.

그렇게 몇 번의 임상 실험을 거쳐서 내린 원픽은 바로 '쏘서'였다. ‘쏘서’는 아직 앉거나 일어서지 못하는 아가들이 직립의 기분을 체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그리하여 허리와 다리의 코어 근육 발달에 유용하며 앉았다 일어날때마다 일종의 바운스를 느낄 수 있기에 균형감을 기르는데에도 한몫한다. 또한 360도 회전이 가능해서 동작의 다양성을 추구하기 좋았고 알록달록 입에 넣고 물고 빨기 좋은(?) 정글 친구들이 상주해 있었기에 아들은 친구들에게 원 없이 자신의 입 속 구경을 시켜줄 수 있었다. 특히 잠자리 모양 친구는 거의 매일 2~30분 아들의 입속 탐험을 해서 늘 머리 부분이 광이 번쩍번쩍 나곤 한다.

그렇게 장난감도 가지고 놀고 산책도 나가곤 하지만 홀로 육아의 가장 큰 문제는 ‘소통의 부재’이다. 이따끔씩 일어나는 아들의 뜻모를 보챔과 떼쓰기가 길어질수록 육아 스트레스는 극에 달한다. 기저귀가 불편한지, 분유를 좀 더 먹고 싶은 건지, 밖에 나가고 싶은 건지 말해줄 수 있으며 참 좋으련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아휴직이 주는 선물은 ‘내려놓음'이었다. 난 출퇴근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니 아들이 새벽 3,4시에 일어나도 두렵지 않다, 오전 11시에 유모차 산책을 나가도 직장에서 나를 전혀 찾지 않으니 내가 육아 이외에 신경 쓸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렇게 마음가짐을 달리 하니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육아 하는데 한층 홀가분해졌다. Let it be. 60년 전 비틀스는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었다. 이 진리를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알려주다니.

3월의 마지막 날, 와이프랑 맛있는 저녁을 먹기 위해 마트에 가서 장을 보았다. 오늘은 단순히 우리 부부를 위한 식재료를 사는 것이 아니었다. 이제 아들도 서서히 이유식을 시작할 시기가 된 것이다. 얼마 전부터 쌀미음을 만들어주면서 먹이기 시작했는데 꽤 잘 먹어서 오늘부터는 다짐육을 한번 도전해 보기로 한 것이다.


'다른 엄마들은 소고기 이유식 말고
어떤 것을 먹일까? 아들은 과연 어떤
이유식을 제일 좋아할까'


육아 휴직이 거듭될수록 숙제와 과업이 계속 생기지만, 해야만 하고 난 할 수 있다. 왜냐면 아빠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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