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여름, 코로나로 세계가 어수선한 와중에 1년간 연기되었던 도쿄 올림픽이 열렸다. 대한민국은 전통의 효자 종목 양궁에서 좋은 성과가 있었고, 여자 배구의 눈부신 활약은 국민들의 심금을 울리기 충분했다. 그리고 대회 말미, 듣기에도 생소한 근대 5종 경기에서 대한민국 최초의 메달리스트가 등장했고 그 생생한 현장을 아들과 함께 했다. 한창 올림픽 정신에 취한 채 요즘 어떻게든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국가대표 선수들 응원하듯이 했던 기억이 있다.
이유식의 점도와 텍스쳐는 점점 일반식의 그것과 비슷해지고 있다. 아들의 자기 주도식사도 시간이 갈수록 좀 더 자연스럽고 능숙해진다. 식기 도구를 활용하는 방법은 아직 잘 모르지만, 엄마 아빠가 수저를 활용해 식사하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33개월인 지금도 아들은 '무턱대고', '섣불리'라는 단어와 거리가 먼 인생을 살고 있는데 신중하고 관찰하는 성격이 타고난 천성인 듯싶다. 8월 이후로는 이렇게 여유롭게 아들의 이유식을 만들어 줄 시간이 없다는 생각에 하나라도 더 정성스레 이유식을 제조했었다.
여행을 다니면서 아들도 어디가 좀 더 비싸고 좋은 호텔인지 느낀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 한마디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지만 5성급 호텔에서의 식당은 들어가는 순간부터 안정감을 느끼고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나는 것이 느껴진다. 따뜻한 조명과 고급스럽고 정갈한 분위기, 차분한 클래식과 매력적인 재즈, 응대하는 점원들의 제스처와 톤, 여유를 즐기는 이용객들의 컨디션 등이 고스란히 우리 아들에게 전달되는 듯하다. 그래서 8월에 떠나는 제주도 여행도 아들의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숙박 시설과 조식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어 선정했고 그렇게 우리 부부는 2박 3일간의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생에 첫 비행이라 사실 걱정이 많이 되었다. 앞서 말했듯 아들은 처음 마주하게 되는 물건, 상황에 대해 충분히 관찰하고 탐구해서 서서히 적응하는 타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정된 이륙 시간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김포공항에 도착해서 공항 여기저기를 아들과 함께 탐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창 밖을 통해 비행기가 이착륙하는 모습을 3~40분 정도 보면서 이야기도 나누고, 공항 내부의 시설 이곳저곳을 둘러보면서 아들에게 공항에는 이렇게 신기하고 재미있는 시설도 많다고 알려주었다. 그리고 공항 딜리버리 서비스 차량 이용 및 기내 우선 탑승 등의 교통약자서비스 체험도 하며 공항의 편의시설을 마음껏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행히도 아들은 공항을 좋은 곳으로 인식했고 아빠와 함께 하는 시간에 만족해했다. 그래서 그런지 약 1시간가량의 비행 동안 어떠한 투정과 소음발생도 하지 않은 채 조용히 제주도에 도착할 수 있었다.
10개월 된 아기와 제주도에서 같이 할 수 있는 활동은 실은 많지 않다. 그 흔한 테마파크나 키즈카페를 이용하기에는 아들은 아직 턱없이 어렸고 낯선 환경에서 1~2시간씩 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도 아들에게는 너무 큰 부담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중문관광단지 근처의 음식점이나 카페 등을 이용하기로 하고 나머지 시간은 호텔에서 보내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여행을 즐겼다. 물놀이에 어느 정도 익숙한 아들이지만 야외 풀장은 처음이라 그런지 다소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래서 튜브에 앉히지 않고 품에 안아서 풀장 여기저기를 함께 탐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풀장에서의 텐션과는 달리 숙소는 아들의 취향에 100% 부응했는 모양이다. 들어가자마자 자동차 모양의 침대를 오르내리며 즐거워했고 놀랍게도 이날은 새벽에도 큰 보챔 없이 잘 잤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제주에서의 시간을 보낸 뒤, 나는 조기복직을 하게 되었다. 둘째를 임신한 와이프는 휴직원을 제출하여 승인을 받았고 나는 따로 복직서류를 내서 6개월 전에 근무하던 학교로 돌아가게 되었다. 6개월간의 육아휴직은 내 인생에 있어 두 번 다시없을 귀중한 경험을 선사했다. 세상 무엇보다도 육아가 가장 값지고 힘든 일이라는 것을 24시간 내내 온몸으로 체득했다고나 할까. 무엇보다 아빠로서 육아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엄마보다 아빠에게 우선적으로 의지하는 아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육아의 참맛을 잠시 뒤로 미루고 일터로 돌아간다.
그런 아빠의 모습을 보고 선물을 주고 싶었던 것일까. 8월 말미부터 아들은 서서히 걸음마를 연습하기 시작했다. 내심 출근할 때 아들이 걸어 나와서 배웅인사를 하는 것을 꿈꿨던 나로서는 조만간 내 꿈이 실현이 되겠구나라는 기대를 하던 순간이었다. 아들이 좀 더 자유롭고 안전하게 걸음마를 연습할 수 있도록 걸음마 보조기를 구매했다. 후술 하겠지만 저 걸음마 보조기는 이후에 태어날 둘째의 걸음마 연습 때도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기에 여러모로 구매하기 잘한 제품 중 하나이다.
그렇게 뜨거운 여름이 가고 가을이 다가온다. 우리 아들이 세상에 첫 만남을 한 바로 그 가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