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되기
지난 10 월 아기를 출산했다
분만방법이 제왕절개로 정해진 후
순산의 의미를 자연분만에 한정하는 엄마, 시어머니를 보며 세대차와 묘한 자격지심을 느꼈다
(아직도 나는 엄마가 순산이라는 단어를 자연분만의 의미로 쓰면 파르르 한다)
그분들은 으레 자연분만을 당연시 여기던 시대를 살았으니 단어로써 받아들이면 되는데 꼭 짚고 넘어가야 직성이 풀린다
"산모랑 아기가 건강하면 그게 순산이라니까?"
흔히 말하는 발작버튼이 되었다
임신 증상들은 생각보다 더 불편하고 불쾌했고,
결국 나 혼자 감내해야 했는데
괜히 열 달간의 내 고생과 노력이 폄하되는 기분이 들어서 그랬던 것 같다
임신기간 동안 처음 겪는 증상에 당황하고 힘들었던 나는 종종 '왜 임신이 이런 거라고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나'하는 분노가 터졌다
(이제와 드는 생각으로는 개인마다 임신 중에 느끼는 힘듬이 다를 것이고 막상 육아전선에 뛰어 든 사람으로선 임신기간은 극복한 과거이고 까마득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싶다)
우선 어린 시절에 받은 성교육의 문제점에 대한 불만은 앞으로 태어날 아기가 살아갈 세상에 대한 걱정에까지 이르렀다
'고딩엄빠' 프로를 우리 아이들에게 일찌감치 성교육자료로 보여줘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는 거다
"만약에 우리 아이가 저러면 어떻게 하지?"
우려되는 상황을 태어날 아이에게 대입해 보고 대화가 마무리되는 건 예삿일이었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이런 세상이 있다니! 준비할 게 이렇게 많아?" 했는데
임신과 출산은 그 이상이었다
이미 한창 육아 중임에도 처음 듣는 육아용품 브랜드가 계속 나온다니 방대한 세계다
아기를 낳고 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관용어를 마음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이렇게 예뻐서 어쩔 줄 모르겠을 때 눈에 넣고 싶은 마음이 드는구나 정말 안 아플 거 같아!' 하는 바보 같고 오버스러운 생각
젖 먹던 힘까지.
'태어난지 며칠밖에 안 된 아기가 배 채우겠다고 있는 힘을 다 쓰네 그래서 저런 말이 생긴 거구나' 하고
새롭게 열린 새로운 세상에서 육아탓에 여기저기 아픈 몸이 되었지만, 팔뚝만큼은 운동선수 못지않은 '근육 빵빵 나는 슈퍼맨' 엄마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