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만으로는 엄마가 되지 못했다

호르몬 막기

by 매일의 푸

보통 산모들은 출산 후 병원에서 며칠 머무른 뒤, 산후조리원에서 조리하고 이어 집에서는 산후도우미 도움을 받는다

아기의 심장소리를 들은 날 미리 알아본 조리원들을 직접 방문했고, 그

집과 가깝고 분위기 따뜻한 곳으로 예약했다


출산 후, 뱃속에 있던 아기를 실제로 마주하니 진정 엄마가 된 것 같았다

며칠 동안의 병원 생활을 마치고 도착한 조리원에서 남편은 내가 불편함 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공들여 싼) 출산가방 안에 있는 물건들을 모두 꺼내 세팅해 주고 집으로 돌아갔다

드디어 조리원 천국이라는 말을 실감해 보겠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려던 차였다

신생아실의 아기 침대에는 내 아이를 지켜볼 수 있는 캠이 달려 있었다

덕분에 마음이 , 안심할 수 있었다

나는 침대에 몸을 누이고 '우리 아기 잘 있나' 보려고 캠을 켰다


그때, 우리 아기 옆을 기어가는 무언가가 보였다

캠에는 녹화 기능이 있었지만 그런 걸 할 여유 따위는 없었다

신생아실로 달려갔다

창에 대고 급히 손짓했지만 모두 아기들을 케어하느라 지금은 갈 수 없다는 듯 느긋한 시선이었다

그저 물을 것이 있어 왔나 보다 생각하는 것 같았다

노크를 하고 문을 열었

"아기침대에 벌레가 있어요. 잡아주세요"

그제야 당황한 조리원 간호사는 위생장갑을 착용하더니 아기침대로 다가갔다

'빨리, 제발...' 심장이 쿵쾅거렸

집게벌레였다

간호사는 벌레를 재빨리 치운 뒤, "죄송합니다 산모님"라는 짧은 사과를 남겼다

쿨한 척하고 방으로 돌아왔지만,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내가 발견하지 못했더라면...이라는 생각에 이르자, 이렇게 넘어갈 문제인가 싶기도 했다


상황을 전달받은 남편은 다시 조리원으로 돌아왔다

남편은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었다

이야기는 생각보다 길어졌다

원장과 함께 아기몸에 벌레 물린 곳이 없는지 온몸을 살피고, 사건당시의 CCTV확보, 같은 일이 재발할 시 보상방법, 이 일을 공론화할 경우에 대해 이야기했다

원장은 사건경위를 설명하고 두 말할 여지없는 본인 측 잘못이라며 결국 눈물을 보였다

남편은 나에게 어떻게 하고 싶은지 물었다


평소였으면 남편에게 그만하라고 말렸을 거였다

나는 누구도 감정 상하지 않고 좋게 좋게 일을 처리하는 걸 좋아했다

그런데 이번 일은 태어난 지 5일 차인 우리 아기에게 일어난 일이었다

훗날에 아이가 억울한 일을 당하고 왔을 때, 이해하고 넘어가라고 좋은 사람인 척하다가 아이와 나 모두 상처받는 상황까지 상상했다

그래서 더 신중하게 되었고 이 정도 컴플레인은 정당하지 않은가 생각했다

나는 원장에게 엄마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울면서 말했다

원장이 놀란 내 마음을 위로하며 다시 한번 사과했고 분위기가 조금 누그러

다행히 아기가 무사했으니 앞으로도 무사히 돌보기로 며 마무리지었다

출산만으로 엄마가 되는 게 아니었다

벌레하나에 속수무책이 된 나를 보며, 나는 아직 강한 엄마가 아니란 걸 실감했다

정신을 차리고 아기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도 생겼다


조리원에서 밤만 되면 울었다

말로만 듣던 호르몬이 날뛰고 있었다

남편에게 SOS를 요청했다

힘들다, 시간 내서 함께 있어주면 좋겠다, 하지만 여보도 힘들면 솔직히 말하라고 답을 정해놓고 말했다

남편은 원래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하고 '합리'를 추구하는 사람이지만 그날 저녁 이불과 옷가지를 싸들고 조리원으로 들어왔다

남편의 배려와 희생이었다

결국 러넘친 호르몬 남편으로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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