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L 백화점은 참 컸다. 너무 넓어서 하마터면 길을 잃을 뻔했다. 서울에 살지만 고급스러운 백화점에 가는 건 간만이었다. 향수 냄새 가득한 1층부터 화려함에 몸이 움츠러들었다. 그렇지만 이왕 여기까지 온 거 물러날 수 없었다. 지하 1층 액세서리 코너로 몸을 향했다.
넓고 긴 유리창 안에는 갖가지 장신구가 가득했다. 확실히 예쁜 게 비쌌다. 초승달 위에 굵은 보석이 박힌 목걸이가 참 예뻤다. 점원에게 티 내진 않았지만 그 가격을 듣곤 속으로 '뜨악'했다. 여기 있으면 안 되겠다 싶어 느린 걸음으로 재빨리 백화점을 빠져나왔다. 얼른 집 앞 순댓국집에서 한 그릇 하고 싶었다.
같은 브랜드더라도 인터넷엔 더 저렴한 제품이 많았다. 마음에 드는 로즈 골드 목걸이 몇 개를 골라 친구들에게 보여줬다. 친구는 왜 이렇게 센스가 없냐며 타박하며 비슷한 가격대에 나름 반짝거리는 목걸이 사진을 여러 장 보내줬다. 확실히 친구가 골라준 것들이 예뻤다.
"고마워, 역시 보는 눈이 다르다야"
추천받은 것들 중에서 하나를 골라 온라인 주문을 시켰다. 아치 모양에 큐빅이 다닥하게 박힌 목걸이였다. 초승달 목걸이만큼은 아니었지만 제 나름대로 예뻤다. 목걸이가 배송 온 밤에, 혼자 방에서 박스를 열어 지퍼백에 들어있는 목걸이를 찬찬히 봤다. 그리곤 이내 다시 덮었다. 머릿속에 자꾸 초승달 목걸이가 떠올랐다.
너는 그 목걸이를 보고 아이처럼 좋아했다. 너는 산책길을 걷는 내내 목걸이를 매만지며 웃음을 지었다. 네가 웃을수록 초승달 목걸이가 생각났다.
'그게 정말 예뻤는데'
너에게 준 것보다 못 준 것이 더 생각났다. 작은 것에도 크게 기뻐해 주는 너는 참 예뻤다. 다행히도 아치형 목걸이는 너의 목에서 무척 반짝였다.
그날 밤하늘엔 초승달이 붉게 떠있었다.
'얼른 어른이 되어야겠다.'
너의 손을 잡고 걸으면서, 계속해서 다짐했다.
작가의 말 :)
다 주고 싶은데요, 작은 마음밖에 줄 수 없어서 미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