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올라가도 올라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것이 눈앞에 아득히 펼쳐져있다 한참 올라가다 뒤돌아보니 내려갈 계단은 잘려서 허공에 둥둥 뜬 몸체 현기증에 휘청이며 다시 우로 옮겨가는데 힘겹게 걸어 올라간 계단은 자꾸 새끼를 치고 오르는 발바닥에는 피멍이 들어 자국마다 피가 흥건하다 언제쯤이면 다시 내려올 수 있을까 계단은 사라지고 몸은 허공에 서커스 배우처럼 드리워져있다 이제 저 높은 곳에서 쾅하고 떨어질 일만 남았다 올라간 만큼 와장창 꿈은 깨지고 다시 올라야 할 계단이 아득히 뻗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