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희선 Mar 26. 2021

시가 머무는 곳

계단

계단
 
올라가도 올라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것이
눈앞에 아득히 펼쳐져있다
한참 올라가다
뒤돌아보니
내려갈 계단은 잘려서
허공에 둥둥 뜬 몸체
현기증에 휘청이며
다시 우로 옮겨가는데
힘겹게 걸어 올라간 계단은
자꾸 새끼를 치고
오르는 발바닥에는
피멍이 들어
자국마다 피가 흥건하다
언제쯤이면 다시
내려올 수 있을까
계단은 사라지고
몸은 허공에
서커스 배우처럼
드리워져있다
이제 저 높은 곳에서
쾅하고 떨어질 일만 남았다
올라간 만큼
와장창 꿈은 깨지고
다시 올라야 할 계단이
아득히 뻗어있다

작가의 이전글 노란 집 (운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