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무리 (외 2편)
강희선
자꾸만 흩어지는
사색을 뒤적뒤적
꺼내서 펼쳐봐도
아무것도 없는데
시린 새벽부터
만지작 만지작
시간은 벌써
황혼으로 향하는데
무엇이 아쉬워서
손이 닳도록
꺼내보고 다시 넣고를
긴 세월을 하루 같이 하고 있는가
용 서
깔깔하다
언제부턴가
티가 들어갔는지
눈이 불편하다
불편함은
이마에 주름살로
엉겨 붙어서
볼썽사나워지고
전염병처럼
여기저기 옮겨 붙어서
서로 구겨진 얼굴들을 하고
불편하게 쳐다본다
티를 빼내고
다시 눈을 깨끗이 하고 쳐다보니
이마에 엉겨 붙은 주름살도
사라지고 봄날의 따뜻한 햇살이
이마에 환희 웃고 있다
불 면
밤이
시커먼 입을
한껏 벌리고
고요함을 토해내고 있다
닿을 것 같지 않은 동굴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도깨비들
굶주린 배 움켜쥐고
뇌를 핥고 지나간다
나이프와 포크로
스테이크를 자르는 하얀 손
핏빛 와인의 출렁거림으로
흐릿하던 날들은
한 폭의 그림으로 저 하얀 벽에 붙어있고
별들의 설익은
어젯날의 이야기를
도란도란 속삭이는 동안
날은 하얗게 밝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