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머무는 곳

송년

by 강희선

송년



뒤돌아 보면 수많은 사연들이
보이지 않는 그림자들을
어눌 지게 그려놓고
지나온 자리들이 보입니다

기억의 모퉁이에
소담히 피었던 이야기 꽃들도
한자리 차지하고
그 누군가에는

아름다움으로
그 누군가에는
피치 못할 상처투성이었던
한 해는 저물어갑니다

산천초목도 가는 세월에
모든 걸 내려놓습니다
아름다움과 풍요를 자랑하던
가을도 겨울에게 자리를 내주고
곧 다가 올봄에게 두툼한 솜이불을 깔아줍니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의 끝자락에서

뒤돌아 보고 둘러보아도

질병의 공포가 가셔지지 않은

거리와 거리 사이에는

최면술에 걸린

마스크맨들의 조급한 발걸음 소리가

한해의 마지막 문턱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흰 눈이 흩날려

고통과 신음으로 얼룩진 온 세상을

소복이 덮어줍니다

이제 밝아 올 새날

질병으로 피 흘린 상처는 치유되고

새해의 따뜻한 햇살은 온 세상에 포근히 감싸주겠죠







keyword
작가의 이전글시가 머무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