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희선 Jul 14. 2021

시가 머무는 곳

양귀비 꽃

사진/인터넷


붉은 치마폭 밑에


독이 가득 들어 있는


주머니를 가린 채


수십 세기 헤일 수 없는


즉흥으로 멈출 줄 몰랐던 욕망을


잠재우려다


더 큰 사욕을 불러온


저 붉은 악마의 춤사위에 눌려




너의 향연에 세상은 취해


멈추듯 흐르다


붉은 비단결에


흐물흐물 허물어지는


육신과 헝클어진 영혼의 초라한 모습들로


언제부터 엉클어졌을까



시작과 끝이 어그러져


혼미해진 세상을 낳은


불을 삼킨 나비의 혼이


뱀의 혀로 일렁이다


바람을 닮았을까


스쳐가는 곳마다


드러누운 혼을 감싸려고


온통 흐물거리는 것이


죽음의 고요를 삼키는


붉은 요정의 꿈이

 악의 춤으로 펄럭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삶을 다독이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