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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희선 Feb 04. 2022

시가 멈추는 곳

파라다이스

파라다이스



바이러스에 노출된 세상에서


감염된 자를 피해 도망쳐도


같은 공간에서 숨을 쉬고 사는


지구 전체가 앓음 소리로 쇄도하니


공포마저 무기력해지려는 나른한 오후



매일 쉬지 않는 눈과 마음은


방향감을 잃고 버둥거린다



멈출 수 있는 곳을 찾아


늘 먼 곳에서 나를 향해 달려오는


모든 유혹들을 향해


휘청이는 걸음걸이에도 묻어날 것 같은


광기




무뎌버린 필촉처럼


용을 쓰다 버려진


비참한 격언들이


무덤 속의 장송곡에 몸을 떨어도


죽음 같은 것에


등을 돌린 지 오래된 세상은


세워진 저 수많은 비석보다


더 견고한 유리벽이다




모든 의심의 눈초리로 보아야 하는 마음은


만신창이 되었다


파랗게 살아나는 소생의 파라다이스


그 곳에서


너랑 만나고 싶다


씌워져 있던 가면을 벗어버리고


너의 그 순진무구한 얼굴


바라보면


그 해맑음이 전염되어


나 또 한 번 그렇게 청아하게 울려 퍼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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