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먼 곳에
세상 어디쯤 일가
너와 네가 있는 이곳이
뒤돌아 보면
구불구불 진창길
화창한 봄날의
피었던 꽃들은
벌써 서리를 이고
저렇게
마른 가지에 매달려
아슬아슬한데
헤치고 온 가시밭길에
핏자국은
가시나무의 껍질을
검붉게 물들이고
찢어진 옷사이
하얀 살결은
부딪치고 핥퀴어서
빨갛고 파란 멍을
스탬프처럼 찍으며
여기까지 달려왔다
견디다 못해 지른 비명은
계곡을 따라 사라지고
그 비명이 다시
가슴 벽에 메아리쳐 돌아온다면
귀를 자를 것 같은 충동은
정신병원 병동의
문 안쪽에 웅크린 그림자
아스팔트 길
그 위로 달리는 차속에서
꿈꾸듯이 졸고 있는
기억의 먼 곳
딱지가 떨어진 상처엔
새살이 돋아나
상처의 흔적은
아련히 지워지고
연분홍빛 벚꽃이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