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머무는 곳

피안

by 강희선


피안

비가 와도 바람이 불어도
막아주던 우산은 부러진 채
길가의 쓰레기로 나뒹굴고

눈이 오고 꽃이 피던
그 길목에
지켜섰던 장벽도 사라졌다

이제는 소로길을 따라 걸어간다
홀로 왔다 홀로 가는 세상

더 이상의 따뜻함의 황홀도
더 이상의 눈부신 기다림도
내 안에서 추방시키고
다시 그리는 화판에는
황량한 벌판에
호매로운 매의 날개가
피안의 장벽을 박차고
창공으로 치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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