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머무는 곳

불빛의 유혹 (외 1편)

by 강희선

불빛의 유혹(외 1편)

하루 종일
졸고 있던 해님도
산 너머로
얼굴을 감추고
밤이 블랙 면사포를 쓰고
살포시 내리면

여기저기서
하나둘씩
기다림이 새어 나와
길가는 행인을 유혹한다

그 아늑한 공간으로
들어갈 틈서리 하나
찾지 못한 훌쭉해진 얼굴은
길가의 가로등처럼
춥고 외로운데

새어 나오는
기다림의 유혹에
집을 그리워하는 그 마음
가시가 되어
심장을 찌른다

가로등 사이로
표류하던 그림자
기억의 한모퉁에
뿌연 먼지 뒤집어쓴 채
망각되어가고

오늘도
불빛은 반짝인다
형형색색의
기다림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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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새의 이야기

눈길을 따라 빙글빙글
벌써 몇 바퀴째
공중전 하다가

떨어진 자리에
동백꽃이 피고

어부 사리 얻은
먹잇감은
덩치에게 빼앗겨
더욱 춥고 긴 겨울


몸에 찰싹 붙은
추위를 떨어보려고
날갯짓을 하니
겨울도 흔들린다


나뭇가지에 매달렸던
겨울 고드름이
눈물을 흘리며
이별을 고할 때쯤이면
겨울새는 떠날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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