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머무는 곳

빚의 애환

by 강희선


빚의 애환


어디를 가도 음영처럼
따라다닌다

밝은 햇빛 아래서
더 또렷한 그림자로

속까지 투명할 수는 없을까
그 어떤 빛 앞에서도
통과할 수 있는
맑은 바람처럼


사랑이란 말 앞에서
초라해지는 모습을 지우고

죄여 오는 목줄을 풀어버리고
다리를 좀 뻗고
잠이나 청해보았으면

뱉어버리고 지키지 못한
약속들이
설익은 쌀알처럼
내장을 쓰리게 훑는다

작가의 이전글시가 머무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