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머무는 곳

소망(외 1편)

by 강희선


1) 소망



봄이면
나무 위에 돋아나는
파릇파릇한 나뭇잎이고 싶다

가벼운 바람에도 무너져내리는
연분홍 빛 벚꽃 무리이고 싶고

여름이면
바다 위를 튕겨 오르는
하얀 파도이고 싶다

가을날
타는 단풍잎보다
파랗게 물든 하늘이고 싶고

겨울날
세상을 조용하고 따뜻하게
껴안는 흰 눈이 고 싶다

이렇게 욕심 많은 나는
계절의 색깔을 쓸고 다니며

오색찬란한
빛을 넘나들 수 있는
투명한 바람이고 싶다





2) 갈증


사막을 오르고 있다
마른바람만 불어대는
모래 위에 모래가 쌓이고
입만 벌려도
서걱거리는 모래바람이
한 움큼씩 입안을 휩쓴다
이가 부서지도록 꽉 다문채
따라오는 발자국도 없는
사막을 톺는다

흔들거리는 해넘이로
흰구름이 꼬리 치며 흘러가는데
저 하늘 아래 숨 쉬는
파란 숲이 신기루 인양 손짓한다
신들린 발자국이
또렷이 찍히고
말라버린 입안에
타액이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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